이 히스테리컬한 등장인물의 모습은 낯설지가 않다. 그는 가진 게 없으면서도, 먹을 걸 사먹기 위해서는 자신의 옷을 전당포에 맡겨야 하는 신세임에도 쉽게 자신감을 되찾는다. 지나가는 거지에게 선의를 베풀며 자신이 아직은 그럴 만한 여유가 있다는 걸 자랑스러워하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자존심을 굽히고 싶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거지가 자신에게 보이는 동정의 눈빛을 그는 견디지 못한다. 인정할 수가 없다. 그렇기에 그는 굶주려 있으면서도 자신의 돈을 (비록 작은 금액이긴 하지만) 거지에게 적선하기도 하고, 어렵게 구한 돈을 집 주인의 면전에 던져버리기도 한다. 좋은 일일까? 그에겐 아직 분노할 힘이 남아있다. 적어도 그가 스스로를 '항상' 비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이것은 긍정적인 신호일지 모른다. 그러나 양극단을 오가는 행동이 좋은 결과를 불러 오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런 인물의 모습이 낯설지 않은 건 우리가 이 주인공처럼 가난하고 굶주려 있기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우리보다---자본의 힘에 비추어---잘났다고 생각하는 자들, 그리고 못났다고 생각하는 자들에게 대하는 행동이 주인공을 둘러싼 세상과 무척 비슷하기 때문이다.
달리 뭐라 부연설명할 필요가 있겠는가. 이 책은 근래에 그 어떤 책보다도 더 나에게 많은 영감을 불어넣어준 책이었다. 초반부엔 조금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에 빠져들었다. 굶주려 있으면서도, 그래서 고깃덩어리를 그렇게 원하면서도 정작 그걸 먹으면 몸이 거부하여 토해버린다는 설정이 담을 수 있는 은유의 깊이에 나는 깜짝 놀라게 되었고, 그 뒤이어 벌어지는 상황들... 미친 것 같으면서도 그 자신이 미친 것을 어느 정도 인지하는 주인공, 그러나 그를 완전히 포위한, 미치지 않은 척하는 이 세상에 비하면 한편으론 양심적인 주인공의 모습들.... 난 이 책을 계속해서 붙잡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이 책이 주는 영감을 받아 적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밤을 새워가며 몇 시간 동안 써 내려간 내용을 워드에 옮겨보니 A4 용지로 10장이 넘었다. 그 감상을 여기에 옮겨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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