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온천장은 연신 비행기가 떠오르는 활주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 온천장으로 가던 도중, 미키코는 근처의 어느 길가에 차를 세웠다. 이곳이 비행기가 가장 잘 보이는 장소야. 미키코가 설명했다. 그녀는 어딘가를 향해 끊임없이 날아오르는 이 비행기들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 적이 있다고 했다. 다시 보아도 좋은지, 미키코는 길가에 서서 우리들과 함께 그 비행기들을 한참 동안 올려다 보았다.
온천으로 이동한 뒤 일행 중 유일한 남자였던 나는 홀로 남탕에 들어갔다. 이 온천이 여느 욕탕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바뀐 것은 야외로 나갈 수 있는 통로를 발견한 이후였다. 그 통로를 따라 야외로 나가니 몇 개의 탕이 또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내 눈에 띈 것은 일련의 아이들이 모여 있던, 선 채로 바깥을 바라볼 수 있도록 되어 있던 깊은 탕이었다. 무얼 보고 있는지 궁금하여 가까이 다가가자 탕 밖으로 공항의 활주로가 보였다. 활주로는 아주 가까워서 1km도 채 떨어져 있지 않아 보였다.
아이들이 떠나고 난 뒤, 난 양팔을 벽에 걸친 채 한참 동안 활주로를 바라보았다. 비행기가 한 대쯤은 이착륙을 하겠거니 하는 심산이었다. 하지만 늦은 시각이었는지 활주로를 알리는 항공등화만 깜빡일 뿐 바깥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노곤한 몸은 온천이 제공하는 열기에 흐물어져가는 듯했고 가끔씩 들려오는 물소리는 머지않은 곳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인듯 싶었다. 박명마저 사라져 이젠 온전한 어둠이 지상 위에 내려 앉아 있었다. 그때 문득 비행기라는, 어찌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이 시대의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이 산물에 이상한 감정이 이입되기 시작했다. 온천욕이라는 이 오래된 문화가 비행기라는 신식 문물과 대비되어 나타났고, 이국의 온천장이라는 고착화된 이곳이, 지상에 붙박힌 이들에겐 언제나 사라져 가는 것처럼 보이는 비행기의 순환과 대비되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하늘에서 보이는 시간은 잠깐일 뿐이다. 만일 비행기가 우리의 시야에 오랫동안 남았더라면 그 기분은 지금과 사뭇 달랐을 것이다. 멀리 떠나가는, 잡을 수 없이 먼 곳에 있는 아주 찰나의 물체. 언젠가 그 물체에 올라 미지의 세계로 향하리라는 희망은 잠깐이지만 아주 밝게 빛난다. 그래서 미키코의 눈은 저 물체에 오래도록 남아 있었을 것이다. 언제나 같은 동선을 그리며 살고 있지만 미래의 멋진 언젠가를 향해 있는 찰나의 희망처럼 그녀의 눈은 비행기의 희미한 불꽃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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