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사이에서 종이가 떨어져 나왔다. 책을 덮고 그 종이를 주워올렸다. 한쪽에 스님의 강론이 적혀 있는, 그러나 절반 정도가 찢어져 있어서 그 내용을 알 수 없는 종이였다. 난 이유도 없이 그 종이를 접기 시작한다. 한 번은 반듯하게 접는다. 그러나 두 번째에는 사선으로 접는다. 반듯하게만 접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 그다음 번에도 조금 비뚤어지게 접어본다. 역시 반듯하게 접는 건 재미가 없으니까. 계속 그렇게 접다보니 사다리꼴도 아니고 마름모도 아닌, 뭐라고 정의할 수 없는 모양의 변을 지닌 도형이 나타났다. 부스럭거리는 종이 소리를 듣고 고양이가 다가와 나를 바라본다. 나는 마저 종이를 접으려고 했으나 종이가 너무 두꺼워져 더 이상 접혀지지가 않았다. 너무 두꺼워진 종이는 접을 수 없었다. 아마 나도 그런 상태였을 것이다.
나는 종이를 다시 펼쳤다. 그리고 반듯하게, 차곡차곡 접어 내려갔다. 너무 두꺼워져 접을 수 없을 정도가 되지 않게. 그걸 조절하는 건 생각보다 쉬운 일이었다. 종이를 펴듯 마음을 펼 수 있다면, 그래서 이렇게 다시 접을 수 있다면. 부스럭거리는 종이 소리를 듣고 고양이가 찾아오듯, 내 마음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누군가 찾아올 수 있다면. 어쩌면 이것이 그 소리일까.
마음이 부스럭거린다니. 쓰면서도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힘을 빼고 싶었다. 그러나 문득, 아이들처럼 유치해지는 것이 바로 힘을 빼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프면 실컷 우는 것, 사랑을 독차지하지 못하면 티나게 투정을 부리는 것, 당신에게 만큼은 유치함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 고양이는 여전히 날 바라보고 있다. 난 접은 종이를 딱지 모양으로 마무리한 뒤 그녀의 머리 너머로 높게 던져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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