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후. 아내는 아이들과 잠에 빠졌다. 그사이 난 티라미수 케이크를 만들었다.
그간 티라미수를 만들 때 무스링을 이용해 왔는데 이번에는 돌림판을 썼다. 돌림판을 사용하면 확실히 무스링보다 완성도가 높아진다. 다만 무스링 때와는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이른바 아이싱이라는 작업이다. 아이싱은 겉보기엔 쉬워 보이지만 동물성 생크림ㅡ식물성 크림이 아니라ㅡ으로 보기 좋게 아이싱을 하기란 꽤 어려운 일에 속하므로 결코 쉽게 볼 일이 아니다. 식물성 크림은 그나마 작업하기에 편리하지만 맛이 떨어진다. 생크림 케이크는 꽤 높은 수준의 실력을 요구하는 제과 분야의 상징과도 같다. 그에 비하면 티라미수는 장식이 단순한 편이라 가볍게 만들어 볼 수 있다.
크림이 돌림판 위에서 제누아즈를 지탱할 수 있어야 하기에 크림을 무스링으로 만들 때보다 조금 더 단단하게 휘핑했다. 크림은 생크림 250mL에 설탕 60g을 넣어 만들었는데 아내는 예전 티라미수보다 달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지난번엔 생크림 200mL에 설탕 60g을 넣었으니 비율상 설탕이 적게 들어간 셈이다.
박력분으로 만든 제누아즈를 삼등분한 뒤 크림을 층층이 쌓아 올렸다. 이때 요리용 붓에 에스프레소 커피를 묻혀 제누아즈에 발랐는데 커피를 충분히 적시지 않은 탓인지 티라미수가 예전보다 부드럽게 느껴지지 않았다. 당장은 퍽퍽한 느낌이 들더라도 하루 정도 냉장고에 넣어두면 티라미수가 습기를 머금으며 부드러워지니 감안할 필요가 있겠다. 원조 티라미수는 제누아즈 대신 딱딱한 사보이아르디 혹은 레이디핑거라 부르는 쿠키를 사용하는데, 딱딱한 쿠키임에도 커피에 충분히 적셔 부드럽게 먹는다. 다만 너무 많이 적실 경우 눅눅한 느낌을 줄 수 있어 조절을 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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