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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서를 찾아나서다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9. 30.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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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통영의 충렬사에서 우연히 본 두 그루의 거대한 금목서를 아내에게 이야기해 주기 전까지 아내는 금목서를 잘 알지 못했다. 부부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고 하더니 이제 아내는 나보다 더 금목서를 찾아다닌다. 금목서에 애착이 생긴 이유를 물으니 집에 있던 금목서가 고사한 게 자기 탓인 것 같아 미안해서 그렇다고 한다. 자기가 괜히 물을 줘 죽은 것 같다는 것이다. 금목서는 에어컨 때문에 상태가 나빠진 것 같다고 위로를 해보았지만, 어쨌든 자신이 결정적 실수를 했다고 여기는 것 같았다. 나 역시 아쉬운 마음에 집에서 기를 만한 작은 금목서를 찾아다녔지만 인근에서 작은 금목서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대구로 가던 길에 아내는 인근에 커다란 꽃 재배단지가 있다고 알려 주었다. 대구 칠성동에 있는 꽃시장을 말하는 것이냐 물으니 대구 외곽에 있다고 한다. 아내의 안내에 따라, 국립공원 승격을 위해 애쓰고 있는 팔공산의 이름을 따 팔공산IC라는 이름을 붙인ㅡ그런데 정작 팔공산 도립공원은 팔공산IC의 한참 북쪽에 있다ㅡ나들목으로 향했다. 과연 그곳에는 상당한 규모의 꽃 가게들이 모여 있었다. 시간이 부족하여 딱 두 곳을 들렀는데 아내가 고른 곳은 나무를 팔고 있는 가게였다. 며칠 전에 내가 묘목 파는 곳에 가보고 싶어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운전하는 중에 아내가 가리키는 곳을 슬쩍 보니 길가에 나무들이 제법 보였다. 간판에 '묘목'이라는 단어도 있었다. 아내는 그곳에 금목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어디선가 금목서 특유의 향기가 난다고도 했다. 


"근처에 금목서가 있는 거 같아! 금목서 향기가 나." 

"그래? 난 잘 모르겠는데. 코가 막혔나 봐."


내가 가게 앞에 늘어서 있는 나무들ㅡ노각나무, 배롱나무 등을 촬영하는 동안 아내는 서둘러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내가 뒤늦게 들어가자 아내가 나무 하나를 가리켰다. 노란 꽃이 화려하게 피어 있는 금목서였다.


일반적인 꽃 가게와는 달리, 크고 작은 나무들을 밖에 내놓은 나무 가게. 유실수 등 여러 나무가 있었는데 특히 노각나무가 내 눈길을 끌었다. 대구시 불로동, 2019. 9.28.


은목서가 있다며 그 앞에 선 아내. 대구시 불로동, 2019. 9.28.


금목서에 관심을 보이자 여러 설명을 해주신 박병해 사장님. 금목서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고 하신다. 아쉽게도 묘목 크기의 금목서는 다 판매되고 없었다. 대구시 불로동, 2019. 9.28.


들인 시간 이상의 가치를 보여준 금목서 꽃과 그 향기. 대구시 불로동, 2019. 9.28.


갈변 없이 건강한 금목서의 잎. 대구시 불로동, 2019. 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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