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자미는 보통 인근 수산 시장에서 구매하는 편이다. 그런데 지난주 잠시 들렀던 백화점 식품관에서 생물 가자미를 판매하고 있길래 한 마리 구매했다. 가격은 온라인이나 수산 시장보다 더 비싼 마리당 8천 원. 그래도 냉동이 아닌 싱싱한 생물에 크기도 커서 선뜻 구매했다. 크기가 머리와 꼬리를 제외하고도 약 22cm 정도였으니 작은 가자미는 아니었다. 정자항이나 방어진까지 가는 수고 비용을 줄이는 셈 치기로 했다.
2.
가자미구이에는 여러 방식이 있지만 보통 난 버터를 이용한 프랑스식 레시피를 이용한다. 깨끗이 씻은 가자미를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앞뒤로 밀가루를 묻힌 뒤 오일에 살짝 굽다가 버터를 녹여 가자미 표면에 끼얹는 아로제 작업을 해주는 방식이다. 가자미를 익히던 팬에 레몬즙을 넣어 소스를 만들고, 그 소스를 가자미 위에 뿌린 뒤 향신료를 더하면 완성이다. 이것이 바로 프랑스의 전통 가자미 요리, 솔 뫼니에르(Sole Meunière)다.
프랑스의 전통 요리지만 셰프마다 조리 방식에 차이가 있다. 어떤 셰프는 가자미를 팬에 익힌 후 오븐으로 마무리하고 어떤 셰프는 녹인 버터를 가자미 표면에 반복적으로 끼얹으며 익히는 대신 마지막에 붓기만 한다. 또 어떤 셰프는 가자미를 익힌 후 뼈를 발라낸 뒤 다시 모양을 잡아 손님에게 서빙한다. 가자미의 머리까지 함께 굽는 셰프도 있다. 아무래도 이쪽이 보기에는 좋지만 그러자면 꽤 커다란 크기의 팬이 필요할 것이다. 굽기 전에 밀가루를 잘 털어낸다거나 여러 번 뒤집지 않는 등의 기본적인 사항엔 차이가 없다.
3.
때론 인터넷으로 주문한 생물 가자미로 솔 뫼니에르를 만들기도 한다. 되도록 날생선은 실물을 직접 보고 난 뒤에 구매하고자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마트에 가는 게 여의치 않을 땐 인터넷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아직은 반품을 해야 할 만큼 실망스러운 경우를 겪어보지 못했다.
아래 가자미는 꼬리를 포함하여 길이가 약 20cm 정도 되었고 가격도 적당했다. 상태도 신선해 보여 요리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크기가 딱 내 손바닥만 하니 한 마리로는 부족할 것 같아 두 마리를 동시에 구웠다. 두 개의 팬을 써서 구운 뒤 155도로 예열한 오븐에 10분 동안 넣어두었다. 이번에도 프랑스식 버터구이다. 가자미 기름과 버터, 레몬즙을 살짝 끓여 만든 소스를 가자미 위에 살짝 붓고 파슬리를 뿌려 마무리했다. 짠맛을 좋아하지 않기에 소금간은 조금만 하였다.
잘 씻어 널어놓은 가자미 두 마리. 물기를 잘 닦아주어햐 한다. 2019. 9.26.
집에서 만든 프랑스식 가자미 버터구이, 솔 뫼니에르. 2019. 9.26.
4.
솔 뫼니에르를 만들 때 꼭 오븐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프라이팬으로도 충분히 만들 수 있다. 대신 안쪽은 잘 익지 않을 수 있으므로ㅡ포를 뜨지 않을 거라면ㅡ칼집을 내는 것이 좋다.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자미는 알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경우 머리 쪽이 두꺼워서 상대적으로 잘 익지 않을 수 있다.
칼집을 내기 전엔 칼날을 갈았다. 날이 서 있지 않으면 생선 비늘에 칼집을 내기가 쉽지 않다. 부식으로는 감자를 곁들여 넣었다. 녹인 버터를 중간중간 가자미에 끼얹는 대신, 플레이팅 후 가자미 위에 소스를 뿌려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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