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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채살빛, 희귀한 자연현상 관찰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8. 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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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살빛이라는 게 있다. 틈새빛살이라고도 하는데, 구름 사이로 빛의 줄기, 빛의 기둥이 보이는 걸 말한다. 아무 때나 볼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구름이 많은 날 해 질 녘에 태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꽤 쉽게 관찰할 수 있다. 그와 반대로 반-부채살빛(Anticrepuscular rays)이라는 게 있다. 이 현상은 신기하게도 태양이 없는 곳에서, 태양의 반대편에서 빛줄기가 나타난다. 그래서 '반'(anti)라는 단어가 접두어로 붙어 있다.

 

이 희귀하고 색다른 현상을 울주군의 간절곶에서 우연히 볼 수 있었다. 때는 해가 저물어가는 저녁 무렵이었다. 처음 수평선 근처에서 그 빛을 보았을 땐 흔히 볼 수 있는 부채살빛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쪽은 동쪽이라 태양이 있을 수가 없었다. 당시 태양은 정반대편인 서쪽에서 붉은 노을을 뿌리며 산 너머로 가라앉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빛은 직진하지만 천구는 구체이므로 서쪽 수평선에서 출발한 태양빛은 그 반대편의 한 점으로 수렴하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그래서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8월 2일 저녁 간절곶에서, 태양이 없는 곳에서 빛이 뻗어 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신기한 현상을 사진에 담았다. 

 

반-부채살빛 현상. 사진 한가운데에서 빛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태양은 반대편에 있다. 울주군 간절곶, 2019. 8. 2.

 

ps. 이 글을 읽어본 아내가 얼핏 이해가지 않는다 하여 설명을 덧붙인다.

 

정오에 하늘 정중앙에 떠 있는 태양을 생각해 보자. 빛이 점원에서 출발하여 천구면을 따라 사방으로 퍼져나가다가 지표면으로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이건 종종 볼 수 있는 현상이니 쉽게 상상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지표면으로 떨어진 그 빛은 어디로 갈까? 우리가 상상하고 있는 그 천구를 반대로 뒤집어 행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빛은 하늘의 '면'을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므로 그대로 천구의 면을 따라 내려가다보면 반대편의 한 점으로 수렴하게 된다. 우리가 만일 발 아래를 투과하여 볼 수 있다면 태양의 정반대, 즉 남반구의 한 점으로 수렴하는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땅을 투과하여 볼 수 없고 그래서 그런 현상을 관찰할 수 없다. 한 시기만 빼면 말이다. 그 시기는 바로 태양이 수평면 가까이에 위치할 때다. 태양이 수평면에 있으면, 즉 이번에 내가 관찰한 현상처럼 서쪽 끝에 있으면, 그 빛이 지구 반바퀴를 돌아 반대 방향 수평면으로 수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현상이 바로 반-부채살빛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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