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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레일에 대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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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경의중앙선은 기차처럼 지상으로 달린다. 구간도 한강을 끼고 달리는 곳이 많아 바깥 구경을 하기에 좋다. 하지만 바깥 경치를 구경하는 승객은 거의 없다. 경의중앙선의 탑승은ㅡ특히 서울 구간은ㅡ이동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원하는 곳에 될 수 있는 대로 빠르게 도착하여 서둘러 내리는 것이 경의중앙선을 타는 주요 이유이다. 그래서 바깥 경치가 아무리 좋다 해도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고 바깥은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른 이유도 있다. 승객들은 거의 매일 같은 구간을 달린다. 매번 보는 풍경이었기에, 혹은 언제라도 볼 수 있는 풍경이기에 굳이 바깥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의자의 형태도 이동이라는 목적에만 충실하여 바깥을 보기에 어렵게 되어 있다. 의자에 앉아 있을 때 바깥을 보고자 한다면 몸이나 고개를 상당히 돌려야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구광역시의 3호선 모노레일도, 오키나와의 모노레일도 관광용이라기보다는 그곳 시민들의 대중 교통 수단에 가깝다. 

울산의 장생포 모노레일은 속도가 느리다. 아마 걷는 것보다 살짝 빠른 수준일 것이다. 의자의 방향도 차량 내부가 아니라 유리창 바깥을 향하고 있다. 이동을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는 뜻이다. 느린 움직임은ㅡ우리네 삶이 그러하듯ㅡ저 먼 곳이 아니라 바로 내 주변에 관심이 있음을 반영한다. 관람차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곳엔 바이킹이나 롤러코스터 같은 스릴이 없다. 롤러코스터를 타며 바깥 풍경에 관심을 두는 사람은 없다. 관람차는 그와 다르다. 장생포의 모노레일도 관람차처럼 주변의 경치에 힘을 쓴다. 그런 배려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공원의 케이블카가, 심지어 스키장의 리프트가 주는 야릇한 감성은 우리가 평소 눈길을 주지 않던 주변의 사물에 대한 배려에서 온다. 어쩌면 그 배려가 때로는 사람을 향하기도 할 것이다. 

관성의 힘은 거대하다. 빠르게 움직이던 그 힘을 줄이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꼭 느리게 움직이지 않아도 우리는 바깥을 바라볼 수 있다. 고개를 조금 들면, 몸과 고개를 조금 비틀면, 평소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게다가 그 무언가는 멀리 있을수록 우리를 따라온다. 찾아보면 공존은 가능했다. 그러니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만을 탓할 것도, 불편을 느끼면서까지 느리게 움직일 이유도 없었다. 하지만 우리는 고개를 들지도, 몸을 비틀지도 않는다. 차가 멈출 때 우리가 하는 것, 그것은 또 다른 차를 기다리는 일이다. 바로 그런 우리에게 장생포 모노레일과 같은 느린 이동 수단은 일종의 명령을 가한다. 이제 고개를 들어 바깥을 보라고. 지금은 그래도 되는, 혹은 그래야만 하는 시간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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