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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드 샹봉 - 산모와 산후관리사를 위한 디저트 만들기 (1)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2. 19.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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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내가 첫째 아이를 출산했을 때는 남편인 내가 산후도우미 역할을 자처했었다. 둘째 아이를 출산했을 때도 그 역할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지만 이번엔 따로 산후관리사를 불렀다. 정부 지원이 있었던 것이 큰 이유였다. 첫째 때도 같은 서비스가 있었지만 비용에 비해 만족도가 높지 않을 것 같아 이용하지 않았었는데 이번에는 지원금이 상당해서 딱히 이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우리도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것이라서 어떻게 보면 고용주의 입장이었지만 산후관리사를 동등한 입장에서 대우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평소에는 사내 복지를 향상시켜 달라며 회사에 요구하다가 고용주의 입장이 되자마자 피고용인을 어떻게 더 부려먹을까 고민한다면 못된 심보를 가졌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산후관리사 분께서 어떻게 하면 더 즐겁게 산모와 아이 보는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커피와 함께 디저트를 만들어 드리기로 했다. 물론 내가 직접 만든 것으로 말이다.



2.

산후관리사 분께 커피를 드시느냐, 드신다면 어떤 종류의 커피를 좋아하시느냐 하고 여쭈니 평소 블랙 커피를 드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그게 비용이 이유인지 선호의 이유인지, 아니면 관심이 없기 때문인지를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이런저런 말씀으로 미뤄 보면 딱히 기호가 없으신 것 같아 카페라테를 에스프레소 원샷보다 조금 적게 추출하여 만들어 드렸다. 문제는 디저트였다. 어떤 게 좋을까 고민하다가 프티 푸르(petit four)를 만들기로 했다. 그중에서도 반죽을 한입 크기로 만들어 오븐에 구워내는 마카롱을 준비했다. 프티 푸르는 커피와 함께 먹으면 제격이니 한 세트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았다.


마카롱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데 나는 마카롱 두 개를 겹쳐 그 사이에 크림을 발라 샌드처럼 만드는 일반적인 마카롱이 아니라, 17세기 낭시의 카르멜 수도원에서 비밀리에 전수되었던 '마카롱 드 낭시'를 토대로 마카롱을 만들었다. 레시피는 마카롱이나 마카롱 드 낭시나 거의 비슷하다. 큰 차이가 있다면 만들 때 머랭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내가 만들어 낸 것은 마카롱 드 낭시가 아니라 마카롱 드 샹봉이었다. 어느 정도 굳을 때까지 반죽을 상온에서 충분히 휴지시켜야 하는데 난 도중에 조리법을 내 맘대로 바꿔버렸고, 그래서 결과물의 이름에 '드 샹봉'이라는 내 나름의 이름을 붙여야 했다.


난 이런저런 이유로 마카롱의 껍질을 부수어 버렸지만 마카롱은 맛뿐만 아니라 겉모습도 상당히 중요한 디저트다. 그러니 혹시 누군가에게 수제 마카롱을 선물받게 된다면 그 노고에 감사하도록 하자. 작고 귀여운 마카롱이지만 난도는 일반적인 홈베이킹 수준을 넘어서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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