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배성호 <패시브하우스 콘서트>, 아쉬운 점들 (1)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2. 17. 03:01

본문

1.

몇 달 전 <패시브하우스 콘서트>란 책을 들고 원주의 처이모님 댁을 방문한 적이 있다. 내가 손에 들고 있던 책의 제목을 보신 이모님은 대번에 "집 지으려고 그러는 거야?" 하고 물으셨다. 그렇다. 이제 '패시브하우스'란 단어는 그리 생소한 용어가 아니다. '패시브' 기법은 단독주택이나 교외의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이 이미 한 번쯤은 고민해 보는 단어가 되었다. 


<패시브하우스 콘서트>는 주택의 밀폐성을 최대한 높여 약간의 열기만으로도 집을 따뜻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건축 방식을 기술해 놓은 책이다. 집을 마치 보온병처럼 만들어 한 번 들어온 열기가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런 집을 패시브하우스라 부른다. 이 책은 그러한 패시브하우스의 요건을 수치로 설명하고 있어서 패시브의 수준을 정성 평가가 아닌 정량 평가로 접근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패시브하우스를 정량적인 수준으로 접근하는 대중서적을 찾기란 결코 쉽지 않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단연 눈에 띈다.


집을 일종의 보온병처럼 구현하자는 목적 자체가 문제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패시브하우스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집을 보온병처럼 만드는 데 얼마의 추가 비용이 드는가?

둘째, 집을 보온병처럼 만드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

셋째, 밀폐시키다시피 만들어 놓은 집의 구조가 인체에 해로운 점은 없는가?


<패시브하우스 콘서트>는 예비 건축주들이 품고 있는 저 세 종류의 커다란 '의심'을 해소시켜주기 위해 쓰여졌다고도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앞으로 주택을 지을 땐 꼭 패시브 방식으로 지어야 할 것만 같으니 책의 의도는 성공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의도가 완벽하게 성공한 것은 아니다.



2.

이 책에 보이는 몇 가지 아쉬움은 열화상 사진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기존 주택의 단열이 좋지 못해 열효율이 나쁘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해 열화상 사진을 자주 이용했다. 여기서 나타나는 한 가지 문제는 사진상으로 열이 빠져나가는 부분을 명확하게 표현하려다 보니 열화상 사진의 색상이 나타내는 온도를 제각기 다른 값으로 표현해버렸다는 데에 있다.





위 사진은 저자가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열화상 사진들의 일부인데, 각각의 사진 오른쪽에 위치한 색온도표의 수치가 제각기 다름을 알 수 있다. 그 덕분에 사진상으로는 색의 대비가 잘 드러나게 되었지만 단열 성능이 실제에 비해 과도하게 나쁜 것으로 오해될 여지가 생기게 되었다. 단순히 사진들만을 쭉 보면 모두 '적색' 부위가 드러나 있어서 사진상의 주택들은 모두 비슷하게 단열 성능이 나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 보면 좌측 하단에 있는 사진의 적색 온도표는 '영하 2.5도'를 나타내고 있고 우측 하단에 있는 적색 온도표는 '영상 7도' 정도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실제로는 두 사진상에 보이는 장비의 단열 성능이 상당히 다른 것이다. 좌측 사진에 있는 현관문의 단열 성능이 우측에 비해 상당히 좋지만,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면 모두 열효율이 좋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이런 식의 비교가 더 큰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저자가 열화상 사진을 열효율이 나쁜 주택에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열 성능이 좋다고 주장하는 주택, 즉 '패시브하우스'에는 열화상 사진을 적용하지 않았다. 열화상 사진을 기존 주택의 단점을 드러낼 때 사용했다면, 마찬가지 이유로 열화상 사진을 패시브하우스의 장점을 드러낼 때 사용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런 식의 비교를 해주면 기존 주택과 패시브하우스의 장단점이 확실하게 드러나게 되며, 균형적인 시각 또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았다. 


거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선 패시브하우스도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하면 위 사진과 비슷한 결과값이 나오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아무리 패시브하우스라 해도 창호나 유리, 현관문같은 부위의 단열 성능은 벽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열화상 카메라로 촬영한 후 온도표를 '적당히' 조절하면 얼마든지 위와 같은, 적색과 청색의 대비가 두드러지는 사진을 만들어낼 수 있다. 


사실 저자는 엄밀한 의미의 패시브하우스를 구현하기가 쉽지 않다고 책의 말미에서 토로하고 있다. 엄밀한 기준의 패시브하우스를 짓는 건 쉽지 않으니 저에너지 주택 정도로 만족을 하자고 말한다. 패시브하우스의 우수성과 필요성을 계속 언급하다가, 막상 실제로 지어져 있는 패시브하우스를 소개하는 단락에 이르러서는 패시브하우스의 요건을 완화하자는 언급을 하니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저자의 입장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실제 패시브하우스의 요건을 만족하는 집을 찾기가 어려우니 말이다. 하지만 결국 열화상 사진을 이용하여 기존 주택의 단점을 부각시키는 데 치우치고 말았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되고 말았다.



3.

일반 독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패시브하우스를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본 평가일 것이다. 예비 건축주라면 특히 더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패시브하우스의 우수성을 소개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패시브하우스의 장점은 다소 과하게, 단점은 다소 가볍게 설명하고 말았다. 


이 책의 다른 아쉬운 점들 역시 저자의 그런 시각과 관련이 있다. 하나는 건축주와 건축가, 시공자의 관계에서 건축주를 너무 박하게 평가한 점이며, 다른 하나는 패시브하우스의 필수적인 장치 중 하나인 열회수형 환기장치를 장점 위주로 설명해버린 점이다. 열회수형 환기장치는 패시브하우스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데, 장점에 비해 단점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으며, 언급하더라도 사소하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었다. 최근엔 아파트에도 열회수형 환기장치를 많이 설치하고 있는데, 이들 아파트들도 문제를 안고 있지만 특히 패시브하우스는 주택의 밀폐도가 상당하고 열회수형 환기장치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훨씬 더 크다. 그러니 전력량과 비용면에서, 특히 건강 관련하여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사안이므로 보다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