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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고무나무의 낙엽 그리고 가지치기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2. 5. 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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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초가을, 우리집에 들어올 때만 해도 벤자민 고무나무는 꽤 풍성한 잎을 자랑하고 있었다. 지난 초겨울까지도 벤자민 고무나무는 내가 발코니에 정해준 그 자리에서 잘 자라고 있었지만 한파가 다가오자 실내로 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고무나무는 원산지가 열대 지방이어서 한파에는 잘 견디지 못하므로 안으로 들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실내로 들인 탓에 고무나무가 받는 광량은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겨울철의 건조한 실내 공기도 고무나무에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벤자민 고무나무는 우기를 지나 건기를 맞이했던 자신의 아주 오래된 선조들의 기억을 떠올린 뒤 서둘러 자신의 잎을 떨구기 시작했다. 잎에 있던 영양분을 모두 거둬들여 뿌리와 줄기에 저장한 뒤 다음 우기까지 버티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었다. 


낙엽 현상은 지난 12월에 절정에 달했고 올해 1월초까지 계속되었다. 벤자민 고무나무는 손꼽을 수 있을 만큼의 잎만 남기고 나머지를 모두 다 떨궈버렸다. 그렇게 많은 잎을 떨굴 거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떨어진 잎의 일부는 수조 안을 떠다녔고 고양이 루미는 바닥에 떨어진 잎을 먹은 뒤 토하곤 했다. 하지만 그런 건 문제가 아니었다. 이러다 고무나무가 죽는 건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봄까지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난 1월 중엽, 벤자민 고무나무는 빛에서, 혹은 수분에서, 어쩌면 자신을 둘러싼 공간 전체에서 어떤 변화를 감지한 듯했다. 나로서는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어떤 미묘한 변화를 나무는 알아챈 듯했다. 그래서, 싹을 틔우기로 결심했다. 1월 20일즈음부터,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던 곳에서 갑자기 놀라운 속도로 잎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기쁨도 잠시, 난 미뤄 두고 있던 가지치기 작업, 전정을 하기로 했다. 잎이 많이 나와서 늦은 감이 있었지만 지금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른 가지, 너무 촘촘한 가지를 잘라내고 수관 안쪽으로 거꾸로 자라는 가지나 교차지 등도 정리해 주었다. 전지하는 과정에서 마른 가지가 꽤 많다는 걸 알게 되어 가지마름병을 의심해 보았는데 마름병 특유의 외적 현상(흑색의 작은 돌기)이 보이지 않아 병에 걸린 것은 아닌 듯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살아 있는 가지를 자르면 그 이름답게 순식간에 하얀색의 고무 수액이 흘러나왔다. 가지의 지름이 워낙 작은 탓에 따로 밀랍처리를 하지는 않았다. 살아 있는 가지 하나는 삽목을 할 요량으로 물꽂이를 해두었다. 잘 자라준다면 3, 4년 뒤엔 또 다른 의젓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을 것이다.


작년 9월경에 촬영한 발코니의 벤자민 고무나무. 잎이 풍성하긴 했으나 가지 정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올해 1월 말엽에 촬영한 벤자민 고무나무. 발코니에서 실내에 옮기자 한 달 새 거의 모든 잎이 떨어져 버렸다. 이 사진은 새 잎이 조금 올라온 상태에서 찍은 것이다.


잎이 상당이 많이 올라온 벤자민 고무나무. 벌써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2019. 2. 4.


전정 작업으로 잘라낸 가지들. 2019. 2. 4.


가지치기를 하고 난 뒤의 벤자민 고무나무. 2019.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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