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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와시, 일본의 대표적인 수세미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12. 27. 19:28

본문

1.

일본의 그릇 전문가이자 수공예품 전시 기획자인 히노 아키코 씨는 일본의 대표적 세척 도구인 '다와시[束子, たわし]'를 무척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와시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수세미'가 된다. 오늘날 수세미라 하면 다양한 색상과 모양을 가진 주방용 세척 도구를 연상하지만 일본에서 다와시는 거의 특정한 하나의 물품으로 통용되고 있다. '수세미외'의 열매로 만들어 쓰던 세척 도구가 '수세미'라는 대명사로 굳어진 것과 비슷하다. 즉 일반적으로 다와시는 종려나무 껍질로 만든 타원형의 갈색 세척 도구를 가리킨다. 이것은 종려나무 껍질을 철사를 이용해 기다랗게 묶은 뒤 한 번 구부려 만든 것으로, 그 모양이 꼭 새끼 거북의 등딱지를 닮았다. 그래서 다와시를 처음 만든 창업자는 이 물건에 '가메노코다와시'[亀の子束子], 번역하자면 '새끼 거북 수세미'라는 상표명을 붙였다. 


우리나라도 오래전엔 짚이나 수세미외로 세척 도구를 만들어 사용했지만[각주:1] 이제는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각주:2] 반면, 출시된 지 올해로 111년이 된 일본의 종려나무 다와시는 오늘날에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2.

일본 도쿄의 아사쿠사를 방문했을 때 전통거리에서 다와시를 여러 개 사왔다. 다와시를 구매했던 가게 이름은 '가나야부라시'[かなやぶらし]로, 해석하면 '가나야 씨의 브러시' 정도가 된다. 그곳에서 동식물의 털을 이용한 여러 전통 제품들을 구경할 수 있었는데 대다수가 수세미, 빗자루, 청소솔, 면도솔 같은 생활 도구들이었다. 


구입한 다와시는 아는 분들에게 나누어 드렸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유용하게 쓰이고 있지는 않은 것 같다. 다와시는 다소 딱딱한 편이라 흠집에 민감한 식기류엔 사용하기가 어렵다. 냄비 같은 금속 식기를 청소하거나 사과같이 단단한 과일의 껍질을 세척하기에 좋은데, 다와시 특유의 딱딱한 감촉 때문에 손이 자주 가지 않는 것 같다.


실은 나도 자주 사용는 편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다와시가 없으면 마음이 불안할 지경이다[각주:3]"라고 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거의 관상용으로 놔두고 있다. 물론 약간의 차이가 있다. 히노 아키코 씨가 칭찬을 했던 다와시는 일본산 종려나무로 만든 다와시였다. 히노 씨는 "일본산 종려는 부드러워서 세게 움켜쥐어도 아프지 않다[각주:4]"고 썼다. 이제 다와시는 대부분ㅡ일본에서 자생하는 종려나무가 부족하여ㅡ그와 비슷한 형태의 코코스야자[각주:5], 혹은 기름야자의 껍질로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차이로 촉감이 다를 수 있다. 어렸을 때부터 다와시를 자주 접했던 일본인과 그렇지 못한 우리들의 차이도 있을 것이다.


다와시에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질감을 넘어서는 가장 큰 단점은 이물질이 잘 낀다는 것이다. 다와시 껍질 사이로 음식 찌꺼기가 들어가면 빼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여러 좋은 수세미를 쉽게 구할 수 있는 오늘날에 굳이 이런 전통 제품을 쓸 필요가 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합성물질이 아닌 식물을 이용한 세척도구라는 강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듯하다. '전통'도 판매에 한몫하고 있을 것이다.

 

 

3.

일본산 종려나무가 아니라 코코스야자나 기름야자로 만든 다와시라 해도 막상 손에 쥐어 보면 감촉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다와시를 물에 적시면 껍질이 부드러워져서 그땐 손에 쥐고 문질러도 크게 이상한 느낌이 들지 않는다. 따가운 감촉은 여전하지만 지압 효과라고 생각하면 그 또한 나쁘지만은 않다. 애써 사온 것이니 멀찍이 놔두지 말고 좀 더 열심히 사용해 보자고 다짐해 본다.

 

다와시를 구입한 일본 아사쿠사의 '가나야부라시' 상점. '가나야 씨의 브러시' 상점이라는 뜻이다. 동물의 털, 식물의 껍질 등을 이용한 브러시를 판매하고 있다. 도쿄도 다이토구, 2018. 5.23.

 

가게 안의 여러 다와시들. 과일과 야채를 씻을 때 사용하라고 되어 있다. 도쿄도 다이토구, 2018. 5.23.

 

다와시. 서울, 2018.12.27.

 

 

  1. 수세미외의 열매를 물에 푹 삶은 뒤 껍질을 벗기고 씨앗 등을 제거하여 햇볕에 말리면 그물망 형태의 섬유질이 남는다. 오래전엔 이것을 그릇 등을 씻는 세척 도구로 사용했다. [본문으로]
  2. 미세플라스틱과 같은 환경 문제를 줄이고자 전통방식으로 만든 천연 수세미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조금씩 늘고 있다. [본문으로]
  3. 히노 아키코 지음, 윤은혜 옮김 <오래오래 길들여 쓰는 부엌살림 관리의 기술> (컴인 2017), 27쪽 [본문으로]</오래오래>
  4. 같은 책, 같은 쪽 [본문으로]
  5. '코코야자'라고도 한다. 코코스야자의 열매인 코코넛을 써서 '코코넛야자'라고 하는 경우도 있으나 잘못된 표기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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