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읽기가 쉽지 않은데, 감성이 아닌 사람의 이성적인 면에 많은 생각을 할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묘사 부분은 쉽게 읽히지가 않기 때문에 그런 상황과 상태를 이해하려고 노력을 해야만 했다. 여기서 나타나는 그런 상황이란 이런 것이다. 페스트가 도시를 휩쓸면서 많은 전염성의 이유로 서로 말을 줄이게 되고, 타 지방의 가족과 격리되며, 깊게 파놓은 구덩이로 다른 시체들과 함께 매장되는 자신의 가족을 잠시 지켜보다가 미처 슬퍼할 틈도 없이 서둘러 그곳을 떠나야하며, 도시를 도망치려는 자를 총살시키는 총성이 간간히 울리고, 페스트에 대한 분노로 일으킨 방화와 시체 태운 연기가 음울하게 도시 하늘에 드리워지는 그런 상황. 카뮈는 그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변화를 묘사하고 있다. 사람을 살리던 의사에서 이젠 무기력하게 페스트에 걸렸다는 예비 사망 선고만을 할 수 밖에 없는 의사, 잠깐 이 도시에 왔다가 페스트와 함께 격리되자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겠다며 탈출을 기도했지만 위기에 빠진 사람들을 두고 떠나려했다는 데에 죄책감을 느끼는 저널리스트, 페스트 덕분에 체포되지 않은 채 살아가고 있는 범죄자, 우리들의 죄악 때문에 징벌적 페스트가 나타났다고 설교했지만 어린아이의 죽음을 보고 당황하는 신부. 그리고 다른 사람들, 군중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꽤 긴 분량을 가지고 있다. 난 4부를 읽다가 책을 덮어야만 했다. 대여기간이 다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대여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이 책을 계속 붙잡고 있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난 이 책을 읽은 뒤 내가 얻을 수 있는 걸 궁금해했고, 그걸 생각하자 더는 이 책을, 적어도 지금 당장은 계속 읽을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이 소설 이후로도 몇 십 년간 꾸준히 나왔던 재앙, 멸망, 세기말적 영화와 소설의 그 패턴들이, 날 지쳐버리게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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