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레이먼드 카버의 글들을 읽으며 생각했던 그의 글쓰기 스타일에 대해 말하고 싶은데, 그건 그가 주인공들의 행동 묘사를 꽤 자세히, 그것도 단문을 이용하여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이렇게 쓴다.
"하워드는 탁자에서 일어나 외투를 벗었다. 그는 앤이 외투를 벗는 것을 도왔다. 빵집 주인은 그들을 가만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탁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오븐으로 가더니 몇몇 스위치를 껐다. 그는 컵을 찾아 전기 커피메이커에서 커피를 내렸다. 그는 크림이 든 종이상자를 테이블 위에 놓았고, 설탕 종지도 가져왔다." (141쪽)
이런 상황 묘사가 자세히, 중문을 되도록 배제한 단문으로 연결된다. 이런 표현법은 문장 사이의 호흡이 길게 하고, 그래서 호흡 사이에 적막과 단절이 느껴지도록 한다.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상황을 자세히 열거함으로써 한 사람의 행동이 동일한 시간동안 더 많은 것을 한 것처럼 보이게 하고, 그 때문에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 사이에 흘렀을 대화의 부재가 강하게 느껴지도록 할 수 있었다. 나는 상황묘사는 빠르게 읽으며 넘어가는 경향이 있었는데, 레이먼드 카버의 책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주인공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눈길을 머물게 해야 했다. 남자가 탁자를 치운다. 그가 공책과 영수증과 계산기를 한쪽으로 밀어낸다. 그러자 전화번호부가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진다. 어떤 소리였을까? 쿵. 어쩌면 턱. 그 소리가 가슴을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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