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의 진수를 느끼려면 톨스토이의 책을 보라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톨스토이의 단편을 읽어 보게 되었다. 톨스토이 단편집들의 표지는 대개 동화책 같은, 목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톨스토이의 단편은 아이들이나 읽는 책으로 취급받곤 하는데(사실, 톨스토이는 이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보는 서적에 기고하긴 했다), 아마도 그것이 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단편은 교훈적인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어 삶을 돌아보고 싶을 때 읽기에 나쁘지는 않으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그대로 나를 내쫒았다면 여자는 죽고 말았을" 거라는 미하일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하지 않아 보였다. 즉결처분의 분위기를 띠는 그 부분은 내가 어릴 적에 교회를 거부하게 된 계기였고 그때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내게 남아있다. 즉결 심판자로서의 하나님을 묘사한 부분은 내게 매력적이지 않을 뿐더러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다.
비록 기독교의 색이 너무 강하긴 하지만, 그걸 떠나 바라본다면.. 구조의 단순함에서 오는 진실함.. 그것이 톨스토이 단편의 매력이 아닐까 한다. 누군가 톨스토이의 단편을 가르켜 '단편의 진수'라고 말한다면 아마도 그 간결함 때문일 것이다.
"너희는 나에게 주님, 주님 하면서 어찌하여 내 말은 실행하지 않느냐?"(64쪽)
"사과 한 알 때문에 이 아이를 때려야 한다면, 죄 많은 우리는 도대체 어떤 벌을 받아야 하나요?" (79쪽)
"분명히 말한다. 너희가 여기 있는 형제 중 가장 보잘것 없는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오 복음서 제25장 40절)." (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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