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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혜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7. 25.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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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전에 아내가 식혜를 먹고 싶다고 했다. 평소 뭘 딱 꼬집어 먹고 싶다고 하는 일이 드물었으므로 이 사람이 식혜를 그렇게 좋아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론 창고에 남아 있는 여분의 엿기름을 빨리 처분하고 싶어서 그러는 건가 싶기도 했다.  식혜를 만들고 남은 엿기름을 마저 써야지, 써야지 하다가 몇 달이 지나버린 상태였다. 아내가 말을 꺼낸 김에 식혜를 만들기로 했다. 엿기름을 꺼내 상태를 살펴 보았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어 보였다. 엿기름도 유통기한이 있으니 변질되기 전에 잘 써야한다.



2.

아내의 고향은 경상도인데 처가댁을 왕래하다가 이곳에서는 내가 식혜라고 부르는 걸 감주라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또 식혜를 잡수실 때에도 밥알은 뺀 채 물만 마시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내가 만든 식혜가 입에 맞지 않으셔서 그런 걸까 생각을 했는데 후에 경상도에서는 감주를 마실 때 물만 음용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식혜의 '식'은 '먹을 식'자로 "식혜를 먹다"라고 표현한다. 반면 감주는 "감주를 마시다"라고 표현하는데 바로 여기에 차이가 있었다. 식혜는 밥알과 함께 '먹는' 반면 감주는 밥알을 걸러내어 물만 '마시는' 것이다. 단순히 부르는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먹는 방식에도 차이가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식혜와 감주는 다른 음식이다. 식혜가 음료라면 감주는 술이기 때문이다. 식혜를 좀 더 삭히면 당분이 알코올로 변하며 술맛이 나게 된다. 이걸 감주라 한다. 이들을 통틀어 감주라 한다면 폭넓은 의미로 단어를 활용하는 것이라 보아야겠다.



3.

레시피는 전과 달라진 게 없어 탁히 기술할 만한 게 없다. 차이점이라면 설탕의 양을 반 컵에서 한 컵으로 늘렸다는 것 정도. 처음엔 너무 달지 않나 싶었는데 나중에 다시 맛보니 적당한 것 같기도 했다. 


먼저 찹쌀로 고두밥을 만들었다. 2018. 7.24.


엿기름으로 삭힌 찹쌀을 끓이는 모습. 2018. 7.24.


완성. 2018. 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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