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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오 나오히로 외 <새로 쓴 일본사>, 일본 역사학자들의 관점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8. 7. 20.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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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읽을 때 때로는 우리의 관점이 아니라 타인의 관점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우리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의 역사라면 더욱 그렇다. 일본인이 쓴 일본 역사서는 그런 이유 때문에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우리나라의 관점은 이미 충분히 알고 있으니 일본 역사학자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책이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공동 집필한 <새로 쓴 일본사>였다. 


아마도 국내의 독자는 임나일본부나 광개토대왕릉비의 비문, 칠지도의 명문을 일본 역사학자들이 어떻게 해석하고 있는지 특히 궁금할 것이다. 경술국치와 동아시아 전쟁에 대한 일본 역사학자들의 입장도 궁금할 것이다. 나 역시 그랬는데 아쉽게도 뚜렷한 입장이 보이지는 않았다. 대개의 경우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칠지도의 경우 당시는 백제의 융성기였던 데다가 칠지도의 명문 해석상 백제왕이 왜왕에게 헌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서술하였으며, 광개토대왕의 비문 해석 또한 당시 비문 연구자들의 출신에 문제가 있어 당시의 해석(임나일본부)을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쓰고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백제와 신라가 일본에 조공을 했을 거라는 '작은 제국설'에도 무게를 두고 있었다. 그 근거로 일본 이나리야마 고분에서 출토된 '신해명 철검'의 명문, '치천하'가 당시에 왜왕이 중국 천자와 대등한 관계였다는 걸 나타내고 있으며, 중국 역사서인 <수서>의 '동이전 왜국조'에 왜왕이 스스로를 가리켜 '해가 뜨는 곳의 천자'라고 명시한 부분이 있음을 들고 있었다. 또한 <수서>에 "신라, 백제 모두 왜를 대국으로 여기고 진귀한 물건이 많은 국으로 흠모"(67쪽)했다는 구절도 있음을 제시하였다(<새로 쓴 일본사>의 번역자는 일본측의 해석에 대한 반박을 주석으로 달아 두었다). 그래서인지 백제 멸망 당시 왜가 백제에게 구원군을 보낸 것을 두고도 왜가 자신의 조공국을 '보호'하기 위해서 군대를 보냈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있었다.


일본인이 쓴 일본 역사서라는 특수성을 벗어나기 쉽지 않지만 그래도 이 책을 쟁점적인 사안 위주로만 보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새로 쓴 일본사>는 대중적인 교양서적이 아니라 대학 강의 교재에 적합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으니 기존의 일본 역사 입문서로 만족하지 못하던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물론 이 책 또한 일본 역사를 고대부터 근현대까지 아우르는 '개론서'라는 건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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