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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 빵도마 제작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6. 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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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백나무로 빵도마를 만들었다. 편백은 나무가 물러 칼날이 빨리 무뎌지지 않으며 손목에도 충격이 덜해 찾는 사람이 많다. 나무 자체에 소취 기능이 있어 도마에 냄새가 잘 배지 않고 또 나무임에도 내수성이 좋아 물에도 강하니 도마로 쓰기에 좋다. 일본에서 욕조, 도마 등을 만들 때 히노끼[각주:1]를 자주 사용하는 건 편백의 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나무의 좋은 내수성 때문이기도 하다. 


나무에 옹이가 있으면 경도가 급격하게 변하고, 사용하다 보면 옹이에 음식물이 들어가기 때문에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셰프들은 옹이가 있는 도마를 선호하지 않는다. 사실 어떤 용도의 나무이든 옹이가 있는 나무는 옹이가 없는 나무보다는 가치가 떨어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편백나무는 옹이가 많은 편이다. 국내산 편백의 경우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으니 옹이 없는 편백은 구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있더라도 가격이 상당하다. 무른 나무일수록 저렴한 걸 고려하면 더 비싸게 느껴진다. 일본산도 특정 출신은 가격이 수십 만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래도 몇 년 전에 비하면 가격이 상당히 내려갔다. 수 년 전까지만 해도 편백나무는 피톤치드와 동격으로 여겨져 시장가격이 일부 하드우드보다도 높았다.


내가 도마용으로 구한 편백나무도 옹이가 있다. 양쪽면이 아니라 한쪽 면에만 옹이가 있지만 주방에서 함부로 쓰기에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이 도마를 굳이 빵도마라 칭한 건 옹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도마가 칼로 팍팍 내려치며 사용하는 물도마가 되기보다는 음식을 내놓을 때 접시 대용으로 사용하는 고급 도마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어서 이기도 하다. 그만큼 만들 때 정성을 들였다. 생김새부터 상차림 시의 꾸밈을 고려했다. 물에 강한 편백으로 도마를 만들어 놓고 빵도마로 쓰이길 바라니 조금 억지스럽기도 하다. 사실 쓰는 사람 마음가는 데로 쓰면 된다.


편백나무 도마는 480방 사포 연마까지 해둔 상태이다. 물로 살짝 헹구니 마무리가 덜 된 부위가 보여 그 부분들만 조금 더 다듬으면 될 듯하다. 오일 마감을 어떻게 할지 고민인데 편백의 특성을 생각해서 오일칠 없이 놔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직소톱을 이용해 도마의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서울, 2018. 6. 6.


기초 형태를 잡은 두 개의 편백나무 도마. 서울, 2018. 6. 6.


세 차례(80방, 240방, 480방)에 걸쳐 사포 연마를 했다. 손잡이 부위를 다듬는 중. 서울, 2018. 6. 6.


손잡이에 구멍을 뚫고 세부 연마 후 마무리. 서울, 2018. 6. 6.


  1. 우리나라의 편백나무와 같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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