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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침박달나무에 생긴 벌레들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8. 5. 1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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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나무에 하얀 벌레가 생겼다고 말했다. 나뭇잎 위에 하얀 가루 같은 게 있길래 뭔가 하고 봤더니 벌레였다고 한다. 가서 보니 과연 가침박달나무의 나뭇잎에 하얀 먼지 같은 게 앉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다리처럼 생긴 것이 길게 나 있어 영락없는 곤충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움직임이 전혀 없었다. 혹시나 해서 입을 오므려 살짝 바람을 불어 보았다. 잎을 단단히 붙들고 있을 줄 알았던 벌레들은 약한 바람에도 힘없이 공중으로 쓸려가 버렸다. 죽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 그렇게 발에 힘이 없는 곤충인 건지 알 수 없었다. 잎 이곳저곳을 살펴 보았는데 생각보다 벌레들이 많았다. 일단 집 밖에 내놓은 뒤 잡아내기로 했다. 이 벌레들은 얼마나 힘이 없는지 (아니면 일종의 생존 반응인 건지) 가지가 살짝만 흔들려도 잎에서 비듬처럼 떨어지며 흩어졌다. 


가침박달나무 화분을 밖으로 내놓은 뒤 자세히 살펴 보니 생각보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처음 보았던 이름 모를 벌레(미국선녀벌레 유충과 닮았으나 확실하지 않다)뿐만 아니라 진딧물도 상당히 번식한 상태였다. 상태가 좋지 않은 잎은 예외없이 벌레로 가득했다. 


우선 진공청소기를 이용해서 바람에 쉽게 날아가는 벌레들을 죄다 빨아들였다. 진딧물도 빨아들이려 했는데 효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여섯 개의 발로 줄기를 단단히 붙잡은 채 진공청소기의 흡입을 버텨내는 진딧물들을 보면서, 이 곤충의 악력이 좋은 것인지, 아니면 다이슨 사의 최신 무선 청소기를 선택하지 않은 근시안적 선택의 대가를 경험하고 있는 것인지 잠시 고민해야 했다. 


집에 해충약 같은 게 없었으므로 벌레가 많은 가지는 다 잘라내 버렸다. 얼마 전에 산 전지용 가위를 이런 용도로 쓰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진딧물. 여기 보이는 건 상당히 적은 편에 속한다. 2018. 5.15.


나방류의 애벌레로 보인다. 2018.5.15.


이름 모를 벌레. 미국선녀벌레 유충으로 추정 중. 2018. 5.15.


잘라낸 가지들. 2018. 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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