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카이사르, <갈리아 원정기>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8. 2. 1. 18:31

본문

카이사르의 <갈리아 원정기>는 여느 전쟁기록서와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과도 다르고 김부식의 <삼국사기>와도 다르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지방의 부족들에 대해 설명할 때는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들고, 인물들이 간접화법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 부분을 읽어 내려갈 땐 나관중의 <삼국지>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전반적으로는 당사자가 직접 겪은 전쟁기록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역시 전쟁 지휘자의 기록물인 이순신의 <난중일기>와도 다르다. <난중일기>에 전투와 전쟁의 승리를 위한 장군의 모습이 보인다면, <갈리아 원정기>에는 해당 지역을 분석하여 점령하기 위한 통치자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자신의 지도력과 업적을 전 로마 시민들에게 자랑하기 위한 문장들도. 방어하기 위한 자와 정복하기 위한 자의 차이, 겸손을 미덕으로 아는 동양의 군인과 공적을 자랑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서양 정치가의 차이. 그렇다고 장군으로서의 전략적 서술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로마와 게르마니족이 서로 자신의 침략과 방어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논쟁하는 장면과 카이사르가 공포에 떠는 부하들을 다독이는 장면은 바로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다. 카이사르에 대한 개인적 평가를 넘어 이 책의 기록은 인류사의 위대한 보물임에 틀림없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