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퍼들이 해수 수조를 운영하다가 그만두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운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럼 운영하기 힘든 이유는 무얼까. 민물 수조에 비해 알아야 하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 그리고 돈이 생각보다 많이 든다는 것을 이유로 들 만하다. 그러나 그것들도 다음 문제에 비하면 차항에 불과할 뿐이다. 해수 수조를 운영하며 겪게 되는 가장 큰 어려움은 바로 시간 투자의 어려움이다.
해수 수조를 운영하는 데 많은 시간이 드는 이유로 우선 스키머와 양말 필터의 존재를 들 수 있다. 양말 필터는 보통 일주일이면 막히기 시작하며, 짧으면 3일만에도 필터가 막혀버린다. 양말 필터는 대부분 1회용이 아니라 빨아서 쓰는 용도로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재사용하는 데 상당한 노동력을 요한다. 양말 필터 세척 시 세탁기를 이용하는 리퍼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손빨래의 수고로움을 자처한다. 양말 필터에 걸러져 있는 찌거기들이 상당히 불쾌하여 세탁기에 넣기 찝찝한 것이다. 보통 락스를 이용해 세척을 하는데, 락스에 담가두었다가 손으로 헹궈내는 데에 적지 않은 시간이 든다.
여기에 스키머가 더해진다. 스키머는 수조 내의 유기 물질을 걸러내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해수항을 운영하기 위한 필수 부품으로 자리잡았다. 문제는 스키머가 걸러둔 유기 물질을 자주, 직접 비워내야 한다는 것이다. 스키머는 일종의 화장실 정화조인 셈인데, 이 정화조의 크기가 대개 작은 편이라 오물이 빠르게 쌓인다. 그래서 이것 역시 짧으면 3일, 보통 일주일에 한 번씩 비워 주어야 한다. 단순히 오수를 버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오수가 모이는 통, 일명 '컬렉션 컵'도 간간이 세척해줘야 하고, 또 스키머의 원할한 작동을 위해 스키머 자체도 세척해줘야 하니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한다. 스키머의 오수가 '정화조'에 모이지 않고 바로 하수구로 빠져나가도록 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그러나 스키머에서 하수구까지 연결되는 긴 배관을 추가로 설치해야 하고, 설령 그렇게 했다 하더라도 일명 '스키머 폭주' 현상이 일어나(이 현상은 생각보다 자주 일어난다) 어항 내의 물이 하수구로 상당량 배출되어 산호와 해수어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게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만 한다. 결국 스키머의 오수를 직접 처리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니, 하릴없이 그만큼의 시간을 써야만 한다.
아직 가장 큰 노동력과 시간을 요하는 일이 남아 있다. 바로 수조의 물을 일정량 갈아주는 일, 일명 '환수'이다. 해수항은 환수를 꼭 해주어야 한다는 지침이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질산염 누적, 산호 먹이 부족 등으로 인해 산호나 해수어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환수 작업은 아무리 짧게 잡아도 30분이 걸린다. 환수하는 데에만 그 정도 시간이 걸리고 뒷정리까지 하면 1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써야 한다. 이 환수도 보통 일주일에 한 번을 해줘야 하니, 환수에 오수, 양말필터 관리를 더하면 적지 않은 시간을 소모하게 된다. 이것도 운영이 잘 될 때의 이야기이다. 가끔씩 스키머의 오수가 넘치기도 하고, 양말필터가 갑자기 더 빨리 막히기도 한다. 환수하다가 물을 쏟기도 하고 기계가 오작동하기도 한다. 갑자기 해수어가 죽기도 하고 락이 무너지기도 하며, 괴생명체가 나타나 수조를 어지럽히기도 한다. 그럼 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써야만 한다.
대부분의 리퍼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관리의 어려움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그리하여 그 일에 소홀해지게 된다. 그럼 수조 내에 서서히 부영양화가 일게 되고, 따라서 이끼가 끼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무시하지만 점차 바닥과 돌에 엄청나게 생기는 이끼에 질려버리게 된다. 매주 관리하기가 어려우니 이제 화학 약품을 찾게 된다. 이끼를 제거하기 위해 넣은 화학 약품이 처음엔 효과적인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마저도 듣지 않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시아노 박테리아가 생기기 시작하고 물고기와 산호가 죽어나간다.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수조는 밖으로 치워진다.
나도 이런 위험에 처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물을 갈던 것이 보름에 한 번, 이 주일에 한 번이 되었다. 양말필터는 여러 개를 사서 한번에 몰아서 빨게 되었고, 스키머는 최대한 오수가 적게 모이도록 조정하게 되었다. 그래도 수조를 관리해야 하는 시간이 금세 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민감한 산호, 즉 경산호는 죽기 시작했고, LPS도 건강하지 못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수조에는 더욱더 시간을 쓰기 어려워졌다. 이 해수항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