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아 키우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누워서 잠자고 먹고 싸는 일이 대다수인 신생아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물고 빠는 아이들보다는 키우기 쉽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물론 돌아다니는 아이를 키우는 게 신생아 돌보기보다 더 힘들 테지만, 적어도 아이가 한 곳에 누워 있는 단계를 쉽게 본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자주 먹을 걸 찾았고, 먹인 후엔 30분 가까이 트림을 시켜줘야했고, 그래도 자주 토를 했으며, 토한 걸 닦고 치우고 빨아야했다. 또 생각보다 자주 소변을 보았고, 그때마다 기저귀를 갈고 엉덩이 부위를 닦아줘야했다. 대변을 볼 때면 기저귀와 옷을 벗겨 하의를 씼겨야 했고, 그정도면 다행이라 여길 정도로 종종 대변이 기저귀 옆으로 흘러 내리곤 했다. 주변에 묻은 변을 닦고 손빨래를 한 번 하고 세탁기에 넣으면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게다가 어떨 때는 기저귀를 갈아 주는 그 잠깐의 사이에 대소변을 봐서 우리의 손과 몸과 그 주위의 사물에 방심의 대가를 남겨 주기도 했다. 그래도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준 후에 잠이라도 잘 자준다면 만족할 만했다. 때론 (요즘 들어서는 자주) 모든 걸 다 해주었는데도 몇 시간 동안 울음을 그치지 않기도 했다. 그 일은 보통 저녁부터 시작하여 새벽까지 이어졌으므로 우리가 잠을 제대로 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나마 아내와 내가 자는 시간을 조금 엇갈리게 하여 수면 시간을 채울 수 있었다. 혼자서 이 모든 일을, 그것도 매번의 식사 준비와 설거지, 청소, 빨래, 장보기, 공과금 납부 같은 일들과 병행한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물론 혼자서 해낼 수도 있긴 할 테지만 그 사람에게 다른 여유는 없을 것이고, 생활의 질이 떨어질 것이며, 따라서 그는 상당히 큰 스트레스와 우울에 시달리게 될 것이 분명했다. 둘이서 보아도 그런데 혼자서 한다면 오죽할까. 게다가 아이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나 셋이라면. 직장에서 받는 스트레스도 상당하지만 육아 역시 보통의 일이 아니다.
그러니 직장인들, 특히 남편들은 퇴근 후에 또 다른 일이 시작된다고 생각하자. 한쪽이 가정주부인 경우 육아와 집안일은 오로지 그 사람 몫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직도 상당한데, 육아와 가정일엔 퇴근이 없다. 심지어 가정주부는 일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가정의 일은 생산성이 낮은 일로 평가받는다. 심지어 해당 가정주부의 어머니들조차 그렇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지 않은가.
지난 주엔 보건소에서 BCG 예방접종을, 이번 주엔 일반 소아과에서 B형간염 예방접종을 맞혔다. 소아과 의사 선생님은 아이가 울더라도 오랫동안 안거나 흔들어서 손을 타게 하면 안 된다고 하였다. 계속 그렇게 해줄 수 있으면 모르지만 결국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손을 타게 된 아이는 혼자 놔두면 쉽게 운다고 했다. 주로 내가 아이를 흔들며 달랬기에 겸연쩍은 마음이 들었다. 아는 이야기였지만 우는 아이를 가만히 놔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기가 손을 많이 타면 안 좋다는 것은 부모 입장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아이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어쨌거나 어디 아픈 데가 없다니 마음이 놓였다. 자주 먹고 자주 용변을 보더라도, 심지어 자주 울더라도 튼튼하기만 하다면 무엇이 문제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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