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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음운전

우아하고 감상적인 산책로/시

by solutus 2016. 1. 12.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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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뮐러리어 착시라는 게 있죠

- 그게 뭡니까

- 두 직선의 길이가 실제로 같은데도 눈으로 보면 달라 보이는 유명한 착시 현상입니다

- 아 저도 본 적이 있습니다

- 흥미로운 건, 두 직선의 길이가 실제로 같다는 걸 알고 난 후에도 여전히 두 직선의 길이가 다르게 보인다는 겁니다

- 머리로 아는 것하고 보는 건 다르군요

- 시각 정보가 학습 정보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강력한 증거죠. 아무리 배워도 어쩔 수 없는 게 있는 겁니다

 

 

*



혓바닥을 지껄여 스스로를 욕보이고

손바닥을 형틀 삼아 온몸을 고문해도

 

관통당한 산맥이 떼 지어 위협하고

달아오른 열기가 광막을 둘러치니

출구 없는 아스팔트, 피로한 권태는

무의식의 언저리로 그대를 몰아간다


홀로 던져져 외롭게 싸웠다!

하지만 그대

내려앉은 입가에 타액이 굳어가고

발할라를 맞이할 듯 무아경에 빠져들어 급제동을 하고 마니

옆에서 단잠 자던 경멸어린 눈초리가 

잠에서 깨어나 증오를 몰아댄다


─그러게 어제 일찍 자라고 했지!


그대는 알고 있다.

불멸이란 습관적인 믿음에 굴복하는

피할 수 없는 이 애증의 존재를

찰나의 순간에 벌어질 그 지난한 반복을


놀라 멈추려 했겠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

보고 듣고 배우고 그렇게도 애써 왔지만

내일도 회색 권태 위에 새까만 마찰의 증거를 남길 뿐


세이렌의 유혹이 여전한 얼굴 위에 

놀랍고도 노여운 표정을 띠우며

아직 채 몸을 가누지도 못한 그대에게


─깜짝 놀랐잖아! 안 피하고 뭐한 거야!


넌 그렇게 다시 한 번 나를

난 그렇게 다시 한 번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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