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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괴로움을 또다시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05. 1. 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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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가야 할 의미를 부여해야 하는 일처럼 힘겨운 일이 또 있을까.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힘든 것이 아니라, 의미를 부여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그 괴로운 연속이 견디기 힘들다. 내일에 대한 불안, 사랑에 대한 불신, 나에 대한 자책. 꺼질듯이 나약한, 삶에의 용기를 채우는 일만으로도 나의 심신은 극도로 피로해졌다. 

게다가 나는 과연 이런 고민을 할 자격이 있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똬리를 틀곤 했다. 이런 고민마저도 사치일 뿐이라는, 그저 가식일 뿐이라는 손가락질이 주변에 어른거렸다. 무섭도록 차가운, 그 냉혹한 시선들이 날 숨막히게 했다.

이런 나였기에 삶의 고민으로 괴로워했던 전혜린 씨의 수필은 내게 위안이 되어 주었다. 그녀가 자살을 했다는 이유로 사람들은 그녀의 삶 자체를 경시하며 돌을 던지지만, 난 그렇기에 더욱 그녀의 삶과 생각, 정서에 애정을 갖게 된다. 돌을 던지는 자는 자신의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신의 잘못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아의 인식에서 오는 그 부끄러움을 나는 이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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