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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06. 4. 2.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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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 요즘 매우 유명한 작가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수필집이 나왔군요. 대개의 수필집이 그렇긴 한데 이 수필집은 특히 더, 매우 차분한 분위기를 담고 있습니다. '나'로 시작되는 주변과의 차단성,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서로에 대한 적당한 거리감. 그녀가 남편에 대한 애증을 인정하기까지 어떤 일들이 오갔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삶이 가져다 주는 많은 환상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침묵을 이해하기까지 어떤 말들이 오갔을지를 생각해 봅니다. 그 짤막한 상상의 시간이 그녀의 집앞에 내리는 빗소리를 더욱 적막하게 합니다.

 

"존재감. 누군가가 나에게 해가 되든 이가 되든, 내 존재를 알고 나를 - 가끔은 - 사랑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은, 내가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존재감을 느끼게 해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나와는 맞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에게 사랑을 느끼나 보다. 그리고 그런 경향은 자신이 한없이 작고 외롭게 느껴질 때 더 심해지는 것 같다. '그래도 내 곁엔 그가 있으니까-'라며.

어쩌면 누군가도 그렇게 생각할까. 그래서 가끔씩 나에 대해 '애증이 엇갈려'라고 생각할까. 한바탕 크게 싸우고 서로 껴앉는 걸 생각한다. 흠. 난 미소지어 본다. 어쩌면, 그게 사랑인가보다.

종이 울리려면 그를 때리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종소리. 어디선가, 서로를 찾는 부재의 울음이 들렸다." *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비.

 

 

 

2006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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