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어느 정도 양호한 상태를 보이던 산호들의 건강 상태가 한 달 전부터 서서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결정적 계기는 아크로포라의 죽음과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아크로포라가 순식간에 죽어가면서 남겼던 수질 변화가 아직까지도 수조 속 모든 산호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에 분명했다.
변화의 첫 번째 신호탄은 붉은 색 시아노 박테리아의 발생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콧물 이끼가 등장했다. 시아노 박테리아는 금세 사라졌지만 콧물 이끼는 작별을 거부했다. 점점 심해지더니 산호마저 덮어버리기 시작했다. 몬티 포라는 색을 잃어갔고 펌핑 제니아는 점차 작아지며 폴립이 가늘어졌다. 커다란 레더들 역시 폴립이 가늘어지면서 촉수의 수도 줄어들어갔다. 2년 가까이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수조였기에 아크로포라의 죽음으로 인한 인산염의 증가가 이런 모든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은 역시 환수였다. 45큐브라는 작은 수조이기에 변수가 많은 미디어의 힘보다는 환수를 믿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콧물 이끼 제거 작업을 했다. 화학 약품은 되도록 쓰지 말자는 신조를 지키기 위해 물리적 제거를 했다. 지난번에 한 번, 그리고 오늘이 두 번째였다.
일단 바닥까지 점령한 콧물 이끼를 모래째 들어내는 것으로(마음 같아서는 바닥재를 모두 바꿔버리고 싶지만) 제거 작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이 작업을 위해서 라이브락의 반 이상을 수조에서 꺼낼 수 밖에 없었다. 산호와 라이브락에 끼인 콧물 이끼도 대대적으로 제거했다. 그렇게 락에서 떨어져 나간 콧물 이끼들이 수조 내를 돌다가 섬프로 흘러 내려갔고, 이 다량의 콧물 이끼와 분진은 곧 섬프에 있던 양말필터에 쌓이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양말필터는 얼마 못 가 막혀버렸고, 그 위로 물이 넘쳐 흐르기 시작했다. 양말필터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었다.
또 하나의 큰 변화는 1리터에 가까운 여과재를 수조에서 빼버린 일이다. 처음 시작할 때부터 1리터 이상의 여과재를 섬프에 넣어 두고 있었는데, 물고기가 주가 아니라 산호가 주가 된 이상, 많은 여과재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콧물 이끼의 발생이 여과재가 만들어 내는 질산염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여과재를 빼기로 결정하는 데 한몫했다. 이제 약간의 여과재만 섬프에 남아있다. 걱정되는 건 당연히 물고기들의 상태 변화다. 암모니아 중독이나 아질산 중독 증상을 보이지 않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고생한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탐탁지 않았던 시세1.5 리턴모터를 에하임2000으로 변경하는 작업도 같이 진행했다. 시세1.5로 운영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출수량이 작다보니 모터의 힘만으로는 수면에 파동을 만들어 줄 수 없어서 수류 모터를 이용해서 수면에 물결을 만들어줘야 했었다. 하지만 에하임2000은 리턴모터의 힘만으로 수면에 어느 정도 물결을 만들어 줄 수 있어서 수류 모터를 수면에 고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만일 Y자 분지를 사용한다면 에하임3000은 되어야 만족할 만한 수류가 형성될 듯 싶다. 물론 가격이 문제다.
짠물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점은 다른 전자제품들에 비해 장비들 수명이 상당히 짧다는 것이다. 벌써 조명은 블루LED가 한 번 고장났고 팬은 4개 중 하나가 멈춰버렸다. 예전 조명은 화이트LED가 죽어버렸었다. 수류모터 하나도 사용한지 일 년만에 멈춰섰다. 수리 비용도 만만치 않다. 참 쉽지 않은 취미다.
상당히 상태가 안 좋아진 그린 몬티 포라. 녹색 폴립이 상당수 사라졌다.
항상 건강함을 유지하고 있는 섬코 롱팁 레더들
성장은 무척 느리지만 건강한 호주 형광 레더
민감한 편이지만 꽤 건강한 민트팁 레더
절세 몬티. 그린 몬티에 비하면 상태가 좋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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