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모독>이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작품을 읽어보고 나서 "제대로 감상했다" 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독자는 많지 않을 것이다. 대개의 독자는 문학작품에서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성을 기대하지만 이 희곡에는 그런 과정이 전혀 등장하지 않기에 이해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로 이 희곡은 상연에 어려움을 겪었다. 흥행 가능성이 매우 희박해 보였다. 그런데 정말 어렵사리 성사된 한 공연에서 이 희곡이 예상 외의 큰 성공을 거두게 되었다. 관객들이 이 언어극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여 흥행에 성공한 걸까? 아니다.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 <관객모독>의 흥행은 내용이 아닌 형식의 승리로 보아야 한다. 회화로 치자면 M.뒤샹의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나 <샘>을 처음 본 관객들의 열광(이 열광 역시 비난과 냉대가 한동안 이어진 후에 찾아왔다)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작품을 온전히 이해했기 때문에 호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낯선 체험 자체와 그 체험이 울려대는 모호한 의미에 반응하는 것이다. 시로 보자면 정형시만 읽던 독자가 보들레르의 시를 처음 접했을 때의 충격과 비슷할 것이다. 따라서 예술을 '작품이 즉시적으로 전달하는 낯선 체험으로의 안내'라고 정의한다면, 이 희곡은 그야말로 예술적인 작품 그 자체라 부를 수 있다. 한마디로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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