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 있는 곳 주변엔 조용한 영업집이 없다. 특별히 맛있는 음식점을 찾아다니지 않는 나로서는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다. 시끌벅적하고 이동하는 손님들로 인해 정신이 없을 뿐만 아니라 한창 시간대에는 혼자 먹으러 가면 눈치를 주거나 아예 혼자서는 먹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게다가 먹고 난 후에는 무언가에 쫒기든 서둘러 일어서야만 하는 불편한 음식점에 가느니 단순히 배나 채우자며 가장 가까운 음식점에 가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도 가끔씩 무라키미 하루키 씨가 소개해 주었던 '토끼정(亭)' 같은 음식점이 그립다. 간판도 없고 카운터만 달랑 있는데다가 자리도 꽉 차는 일이 없는 집이지만 음식의 맛으로 치자면 다른 여타의 음식집들과는 다른 산뜻함과 녹아들 것 같은 바삭함이 있으며 가격마저 합리적인 그런 집 말이다. 게다가 그 집의 주인은 수수께기 같은 인물로 과묵한 동시에 고집있어 보이는 용모를 하고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토끼정'의 주인처럼 과거에 야쿠자였다거나 호리호리한 미인 부인을 두고 있다는 그런 신비함까지 더해지진 않더라도 그정도면 충분히 매력있는 음식점이지 않을까? 하지만 분명한 건 무라카미 하루키 씨와는 달리 내 집 주위엔 그런 집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그런 것도 참 하나의 복이지 싶다.
여간해선 단골을 만들지 않는 나이지만, 내 집 주위에 '토끼정'과 같은 그런 집이 있다면 난 기꺼이 그 집의 단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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