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책을 읽은 것일까? 이 마더 테레사의 전기문을 읽은 것은 성인으로 추앙받는 인물의 일대기를 통해 그의 위대한 어떤 부분을 본받고자 함이었다. 어떻게 해서 마더 테레사는 사람들이 극도로 꺼리는 더럽고 어려운 일들을 그렇게 해낼 수 있던 것일까? 마음속에 고난이 닥쳤을 때 어떻게 이겨냈을까? 현재 위치를 불평하지 않은 채 자기보다 어려운 이를 돕고자 하는 마음을 어떻게 만들고 또 유지시켰을까?
아쉽게도 이 책은 그러한 물음에 대한 인간적 답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 책은 마더 테레사가 그 모든 일을 해냈던 원동력으로 신앙심, 그리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답은 다소 추상적이어서 신앙심, 그리고 그 인간에 대한 그토록 큰 사랑이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를 잘 설명하지 않았다. 특히 극도로 어려운 이웃들을 도울 때 생기는 육체적 고통을 오로지 신앙심을 통해 극복한 것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비신도들에게는 동질감과 그로 인한 동기유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비신도라고 표현했지만 결국은 내가 이 책에서 동질감을 얻지 못한 셈이다. 그런 동질감을 제대로 얻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난 이 책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는 마더 테레사의 선행 기록(이 책에서는 종종 기적이라고 표현하는)을 읽는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마더 테레사의 신적인 모습이 아닌 인간적인 모습을 보고 싶어했던 건 나의 지나친 기대였을까.
하지만 마더 테레사의 이 전기문에서 선한 일에 대한 동기를 아주 얻을 수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책에서 마더 테레사가 몇 번 강조한 다섯 단어, "You did it to me(그것이 바로 나에게 해준 것이다)"는 우리가 남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데, 우리 옆의 병들고 냄새나고 죽어가는 이웃을 대한 우리의 태도가 바로 예수님에 대한 우리의 태도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 어려운 이웃이 바로 우리의 예수님이기 때문이다. 이는 동양의 맹자편에 나오는 '역지사지'와 뜻이 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나(예수)에게 해준 것'이듯이, 그 사람의 처지가 바로 나의 처지인 것이다.
마더 테레사가 행한 선한 일들을 알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의 평화나 구도자로서의 동기를 얻고자하는 목적으로 이 책을 집어든 비신앙인에게 이 책은 다소 실망스러울 것 같다. 물론 아는 만큼 보는 법이고 느끼는 만큼 얻는 법이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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