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교육용 만화책이라고 하면 위인들의 단편적이고 미화된 이야기, 과학적 단순한 사실들, 패권으로 얼룩진 영웅들의 이야기가 쉽게 떠오른다. 물론 모든 책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린이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어른들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이 지금껏 학교 교과서는 물론 그 주변부의 책에도 영향을 미쳐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은 과감하게도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판단보다는 주변의 정황과 시선에 맞춰 세상을 살 것을 유도하는 이 세상에 인문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것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역사의 의미가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사건들의 연도별 암기, 특히 위인과 영웅들의 영토 정복과 흥미진진한 정치사적 암투, 그리고 시대의 문화적 특징을 암기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지금 이 시대에, 이 책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단순히 그런 것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역사를 통해 배워야하는 것은 다른 사람, 다른 성별, 다른 문화,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 혹은 그런 질문의 시작일 것이다. (하지만 이건 참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세계의 역사는 커녕 개인의 역사나 자신의 일기에서조차 우리는 반성의 기미를 찾지 못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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