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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자작.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민음사 2010)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2. 5. 1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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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의외였던 강한 상징성 때문에 다른 상상이나 해석을 그다지 할 수 없었던 소설. 한 남자가 선과 악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남자로 나뉘어지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여러 현상을 다루었다. 선은 좋은 것이나 완벽한 선을 추구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환영받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가장 쉽게 들어왔다. 그 다음으로, 현실은 나몰라라 한 채 자기만족에 빠져 사는 문둥이들에게서 현대의 예술가들의 모습을, 그리고 목적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주어진 일에만 열심힌 피에트로키오도에게서 현대의 과학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상징이 워낙 강하니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 밖에 것에서는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까? 무엇이든 반쪽으로 잘라버리는 자작의 칼, 그리고 툭하면 '페스트와 기근!'이라고 외치는 에제키엘레 노인의 모습에서 어떤 특별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으나 나로서는 잘 알 수가 없었다.

선과 악의 대결, 이 다소 식상한 주제가 결말까지 이어지고 있어서 '이게 정말 이탈로 칼비노의 세계적 명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재빠르게 읽다가 내가 놓친 부분, 번역상에서 날아간 언어 자체의 묘미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 책이 출판된 것은 1952년이니, 선과 악이라는 대결적 주제를 지금의 기준에서 바라보는 것에는 무리가 있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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