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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한겨례출판, 2003)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2. 7. 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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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이 책을 읽었다. 읽고 나니 새벽 4시 반이다. 물론 이 책만 읽은 것은 아니다. 중간중간 웹서핑을 했고 대놓고 잠을 자기도 했으며 먹을 걸 사러 밖에 나갔다 오기도 했다. 하지만 어쨌거나 목적은 이 책을 다 읽는 것이었다. 난 그동안 단편소설로만 접해왔던 그의 괴상한 이야기를 장편소설을 통해 길게 듣고 싶었다. 처음부터 완독할 생각은 없었다. 물론 아주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것도 좀 봐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했었는데, 어째 그것이 읽으면 읽을수록 '아 이건 꼭 다 보고 자야한다'라는 확신으로 변해갔다. 아, 물론 이 책은 이 책 주인공의 철칙에 따라 그렇게 열심히 읽지 않았어야 했지만, 어쨌거나 완독을 했다 뿐이지 난 참 이 책을 느릿느릿 읽었으니 나 역시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회원이 될 자격을 갖춘 셈이다.

생각하면 참 이상한 우연이다. 하필 그날 저녁 카페에 들렀고 하필 그날 카페의 그 자리에 앉았고, 하필 그날 그 카페 그 자리의 그 테이블 왼쪽에서 이 책을 발견했으며, 하필 그 카페는 이 책을 무료로, 아무런 조건도 없이---그것도 하필이면 나의 바로 이 시기에---빌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자기를 찾아온 한 회사원의 결심을 만류했다는 그의 인터뷰 기사는 못마땅했지만---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박민규 씨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겠지---어쨌거나 나는 나의 관점으로 바라본 시각에 따라 이 책을 '좋은 책'의 범주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수 세기에 걸쳐 두고두고 회자될 명작은 아닐지 몰라도, 아 일전에 그런 책이 있었지요. 내용이 참 산뜻하고 좋지 않았습니까?라고 이야기될 수 있다면 이 참으로 이상한 세상에서---야구로  따지자면 화창한 날 푸른 잔디밭 위의 '플레이 볼!' 같은 외침 정도로 기분 좋게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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