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요소는 소녀시대다. 소녀시대는 예쁘고 몸매 좋고 착해서 많은 남성들이 좋아하는 가수다. 그런데 여기서 작가는 '예쁘고 몸매 좋은'이 아니라 '착해서'라는 점에 더 주목한다. 물론 예쁘지 않았다면 애초에 인기가 없었겠지만, 그래도 예쁘기만 하고 착하지 않았다면 많은 남성들이 그렇게 소녀시대에 열광하지 않았을 것이다. 소녀시대는 밝게 웃으며 시청자들에게 인사하고 귀여운 몸짓으로 애교를 떨며 사랑스러운 몸짓으로 춤을 춘다. 실제 사회엔 그렇게 착한 사람이 없다. 성과에 집착해야 하며,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조바심을 내야 하고, 하고 싶지 않은 일도 참아가며 해야 한다. 그때 자기에게 조건 없이 웃어주는 소녀시대가 나타난다. 실제로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지만 저 멀리 있는 그녀들을 생각하며 남성들을 행복한 감정에 젖는다.
그러나 그 행복한 감정은 무기력에 빠진 환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장치가 소설 속에 속속 등장한다. 어느날 그는 한 여자에게 교제 신청을 하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녀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저 그 여자가 착하기 때문이었다. 얼굴이 예쁜 건 아니다. 몸매가 뛰어난 것도 아니다. 착하고 평범하다. 하지만 이 여자라면 남은 인생을 원만하게 잘 살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결혼하기 만만하다. 하지만 그는 어쩌면 그 감정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려고 들지 모르며, 심지어 그녀를 온전히 사랑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속이려 들지 모른다. 그가 대화는 커녕 실제로 본 적조차 없는 소녀시대를 사랑하고 있다고 여기는 것처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지 않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산다.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고개를 갸웃거려보지만 해답은 신통치 않다. 어디에 물어 보려고 해도 "다 그러고 산다"라는 뻔한 대답이 아른거린다. 할 수 없이 자신의 불가해한 미소로 그 이상한 질문을 숨겨본다. 스크린 뒤의, 실제 모습을 알 수 없는, 언제나 미소짓고 있는 그 소녀시대처럼 그도 미소짓는다. 이리하여 또 한 명의 소녀시대 멤버가 여기 탄생한다.
201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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