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적한 시골길에 들어섰다. 비포장도로를 따라 자동차는 십여 분을 달렸고, 그 마지막 즈음에 여러 집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난 이렇게 사람 하나 찾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산 뒤쪽 시골에 많은 펜션들이 있다는 것에 잠시 놀랐다. 그 숙박시설 중 한 곳에는 한 할머니가 살고 계셨다. 혼자 사는 집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방이 많은 큰 집이었다.
"사람 안 받고 여기 혼자 사시는 거에요? 펜션으로 해서 손님들 받아도 좋을 텐데요."
"무슨 펜션은... 그냥 이렇게 사는 게 나아."
그 할머니는 올해 칠순이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하셨고 젊은이들처럼 조리있게 이야기도 잘 하셨다. 우린 길지않은 시간 동안 짤막한 얘기를 나누며 커피 한 잔을 마시곤 그 집을 나섰다. 그 집 밖에는 큰 개들이 여러 마리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 한 마리만이 목줄이 없어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순한 녀석이라 그런 듯 싶었다. 무섭게 짖어대는 다른 개들과는 달리 내 앞에서 주저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며 꼬리를 흔들던 그 개는 머리를 쓰다듬는 내게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 모양인듯 안달이었지만 난 알아들을 수 없었다. 물건을 놓고 온 게 있어서 그 집에 다시 들른 내가 현관문을 열어 놓자, 그 개는 이때다 싶은지 얼른 집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내가 다시 현관쪽으로 나오자 그 집에 들어오면 안된다는 걸 안다는 듯 서둘러 빠져나가더니 문 앞에 턱을 괴고 드러누웠다.
돌아오는 길에 그렇게 큰 집에 혼자 살면 외롭겠다는 말을 선배에게 했다.
"그 할머니 남자친구있어. 옆집 할아버지하고 돌아다니고 그래. 다 자기 살길 찾는 법이야."
동행한 나이많은 선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난 그 집을 돌아보았다. 설산이 그 집을 멋지게 둘러싸고 있었다. 돌아보자 그 집에서 마셨던 커피도, 그리고 그 할머니도 문득 생각났다. 하지만 그건 생각 뿐이라는 걸 알았다. 난 그 무엇보다도, 내가 직접 만지고 나를 부둥켜 앉았던 그 말 못하던 한 마리의 개가 몹시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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