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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2. 6. 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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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성의 그림자가 레코드판 같은 고리 위에 드리워져 있고 그 아래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별 하나가 떠 있다. 내 머리 위에 이런 것이 떠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얼마나 놀라운 사실인가? 하지만 이렇게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 있는 것에 대한 상상은 쓸데없는 일로 치부되곤 한다. 그런 상상은 지구의 맨틀 아래에서 꿈틀대는 외핵의 흐름을 상상하는 것만큼 헛되고, 놀라운 색채를 띤 채 꽃 주위를 날아다니는 한 마리의 나비를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무가치하게 여겨진다. 우리는 붙잡을 수 있고 또 소유할 수 있는 것만을 좋은 것이라 정의하고 싶어한다. 토성은 소유할 수 없고, 심지어 망원경으로 보기 전에는 눈으로 확인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토성을 상상하는 것에 좋은 가치를 매길 수가 없다. 그것은 공상에 속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사진은 내가 쉽게 잊어버릴 수 없는, 선악으로 구별할 수 없는 무엇에 대한 인상을 주고 있었다. 그것은 선[善]과는 다른, 소유할 수 없는, 곡선과 빛의 명암이 만들어낸, 바로 미[美]에 대한 경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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