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꾸뻬씨의 행복 여행. 프랑수아 를로르 지음, 오유란 옮김 (오래된미래 2013)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3. 3. 31. 02:05

본문

행복에 관한 참 좋은 말들을 많이 해준다. 그러나 그 행복은 가진 사람들, 물질적으로 중산층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것이다. 주인공부터가 가진 사람이고, 등장인물 대부분도 부자나 고위층, 지식인이다. 심지어 등장인물 중 하나인 건달조차 그 무리의 우두머리가 중심이다. 전쟁에 고통받는 사람들, 독재에 억압받는 사람들, 변변찮은 먹을 것도 없는 사람들, 돈이 없어 치료도 제대로 못받는 사람들에게 행복이 무엇인지 묻지 않는다. 행복을 추상적으로 정의한다. 동양에서 추구하는 행복, 정신적인 측면을 환상적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특히---이런 책들의 특징 중에 하나인데---구조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많은 것들을 자신의 문제로 돌리고 있으며, 그 원인으로 대개 현실에 대한 불만족을 꼽는다. 이런 관점은, 아이를 기르는 부모가 자신이 다니는 직장에 육아시설이 없는 것을 지적하게 하기보다는, 직장에서도 아이 걱정을 하는 부모에게 직업정신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리고 행복을 행복이란 단어를 써서 설명하려고 하여 순환오류에 빠지고 있다. 예를 들어 "행복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는 말이 그렇다. 좋은 말이긴 하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행복'이 자식의 출세나 40세 전에 50억을 모으는 것일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게 만든다. 우리는 타인의 행복에 관심이 없을 때도 많지만, 오히려 타인의 행복에 쓸데없이 관심이 많아 주변 사람들을 괴롭힐 때도 많다. 그런 문제는 대개 행복에 대한 견해 차이 때문에 오고, 그 차이란 대개 먹고 사는 문제의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시작한다. 어떤 사람은 하루 먹을 돈만 있어도 행복하지만 어떤 사람은 통장에 여윳돈이 1억은 있어야 행복한 것이다. 그런 차이가 부부간에, 부모자식간에, 연인간에 발생할 때 문제가 일어난다. 그런데 이 책은 그 먹고사는 문제에 문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여유까지 있는 사람들의 무리들을 다루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별다른 조언을 해주지 못한다.

따라서 이 책은 행복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물질적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의 정신적 만족에 관한 책이라고 봐야할 것이다. 그래도 이 책은 몇 가지 의의를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그런 물질적 중산층들이 이 책을 통해 사회문제와 약자문제, 분배문제에 관심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이고, 둘째는 행복조차 강요해서는 안 된다(행복을 목표로 삼지 말라)는, 정말 소화하기 어렵지만 깊은 뜻이 있는 가르침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