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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정신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2. 11. 30.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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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어떤 가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에선 한 여자애가 나와서 노래를 불렀고 그 노래를 들은 세 명의 심사위원은 채점을 하였다. 그 여자애가 부른 노래는 정상급 실력을 가진 가수만이 소화할 수 있는 어려운 곡이었다. 그 여자애는 정상급 가수가 아니었고, 노래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으며, 그래서 심사위원 모두에게 70점대의 점수를 받았다. 심사위원들은 실력에 비해 너무 어려운 곡을 선정했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곡에 도전한 여자애의 도전정신을 칭찬한 심사위원은, 그런 정신을 반영하여 점수를 준 심사위원은 아무도 없었다.

난 가끔 사람들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써가며 '우리도 저렇게 긍적적으로 살자, 희망을 갖고 일하자!'라고 외치는 걸 본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런 행동에서 사람들이 일부러 외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어떤 가슴 아픈 진실을 보곤 한다. 그런 메시지들은 정말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둘러싸고 잊는 현실의 무게를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항정신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결국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것을 해야하며, 누군가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것보다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도록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게 더 사회로부터 인정받는 것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 여자아이가 남들 앞에서 부르고 싶은 노래가 아니라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하도록 만들고, 그렇게 하는 게 바로 프로라고 말하며, 그렇게 어른이 되어 가도록 인도해준다.

상상과는 다르게, 도전정신이 칭찬받는 것은 오직 그 도전이 성공했을 때였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감동한 이유가  그가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걸 애써 외면한다. 생각해보라. 도전 자체로만 아름다운 이야기는 없었다. 그 끝엔 항상 성공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도전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추어올리고 그런 말에 감동받으며, 우리가 그래도 그런 메시지에 감동받을 줄 안다는 사실에 스스로 위안한다. '도전하라'가 아니라 '성공하라'가 결국은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결과물이라는 사실을 아주 잠시 잊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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