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남자를 볼 때 외모를 가장 중요하게 봐요. 성격은 속일 수 있잖아요. 하지만 적어도 외모는 거짓말을 하지 않죠." 난 그 말을 반박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었다. 어떤 이의 성격보다 그의 돈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것에도 같은 설명을 붙일 수 있다. 성격은 변할 수 있지만 돈의 가치는 변하지 않기에 돈을 더 중시할 수도 있다.
위와 같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은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기 이전의 예술 작품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 작품의 금전적 가치가 정해진 뒤, 그걸 사겠다고 나서는 구매자가 실제로 있은 다음에야 사랑의 마음을 건넬 수 있다. 그제서야 그것은 변하지 않을, 자신에게 믿음을 심어줄 가치를 지니게 된다.
하지만 높은 값이 매겨지는 예술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다. 예술 작품은 당첨 여부가 불확실하지만 되기만 하면 높은 수익이 돌아오는 복권과도 같다. 그렇기에 이들은 저렴한 질료를 사용하여 만든 예술 작품보다는, 즉 밀로가 대리석을 이용해 만든 비너스보다는 견습 직공이 황금으로 만든 서투른 황금상에 훨씬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그들은 답을 내기 어려운 아름다움보다는 가치가 확실한 황금이라는 질료에 가치를 두기 때문이다. 난 이것을 나무라지 않는다. 그들은 예술가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인간을 두 가지 범주로 나눌 수 있게 된다. 그것은 예술가와 상인이다.
"무엇이 더 가치 있을까. 1킬로그램의 돌일까 아니면 1킬로그램의 금일까? 질문이 우스울 것이다. 단지 상인을 위한 질문이다. 예술가는 대답할 것이다. 나에겐 모든 재료가 똑같이 귀중하다고." 1
사랑하는 이를 고르거나 결혼 상대자를 선택할 때, 우리는 한 사람의 예술가 혹은 한 사람의 상인으로 그곳에 서게 된다. 삶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는 예술가로 태어나 상인으로 길러지고 성공한 예술가를 배우자로 맞이하길 바라다가 투자에 실패한 상인으로 은퇴한 뒤 어린 시절의 꿈 많던 예술가를 그리워하며 죽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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