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적인 사람이 종교인이 되기는 어렵다. 그는 믿음이나 사랑도 비판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판은 감수성이 일으키는 환상을 깨트린다. 어쩌면 현실로 다가올 수 있는 환상마저도. 그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비판이 가장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 중의 하나는 환상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그 환상을 깨부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환상 주변에서 유령의 연막처럼 떠도는 감상적 환영을 걷어내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비판적인 사람이야말로 가장 환상에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비판적인 종교인, 비판적인 사랑. 따라서 내가 바라는 것은 무조건 믿는 삶이 아니라 비판을 이겨낸 삶이 된다.
그러나, 그 환영을 걷어낸 순간, 대개 우리는 환상 그 자체가 아니라 비판으로 인해 산산이 깨어져 버린 환상의 참혹한 잔해물을 보게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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