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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에 담긴 문화. 린다 시비텔로 지음, 최정희 외 옮김. (대가 2011)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3. 6. 1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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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책은 지금껏 꽤 읽어왔지만 음식의 역사라는 건 읽어보지 못했었다. 이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리의 역사라니, 과연 무슨 내용을 말하고 있을까? 꽤 두꺼운 책인데 음식의 역사에 대해 그렇게 말할거리 많은가? 일반 역사가 아니라 요리라고 하는 다소 특이한 주제에 호기심이 끌렸다.

 

이 책에서 얻은 것은 생각 이상으로 많았다. 음식이 역사에 미친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게된 계기였다. 우리 삶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먹는 거라는 걸 생각하면 그 영향을 너무 과소평가하며 살았던 것이다. 음식이 역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신기한 일이었을 것이다.

 

고대에 음식은 신과 관련이 많았고 따라서 제사법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생각보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요리에 레시피라는 것이 존재했다는 것도 놀라웠다. 내가 먹는 것을 단순히 배를 채우는 행위로만 생각했던 시절에는 (물론 지금도 그 생각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상상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고대와 중세에도 사람들은 생각보다 음식에 많은 관심을 쏟았고 특별한 가치를 부여하기도 하였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16세기의 대항해시대를 금과 노예와 땅에 대한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욕심의 한켠에 음식(향신료) 또한 위치하고 있었다. 근대의 인구폭발이 아메리카 대륙에서 들어온 감자의 영향이라는 것도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비단 그것뿐이겠는가. 키예프의 블라디미르 왕자가 국교를 선택할 때 음식을 중요 고려 대상으로 삼았다는 낯선 이야기는 물론, 보스턴 차 사건이나 미국의 금주법 등 다소 익숙한 내용들도 다시 상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 책은 그동안 무관심했고 잘 알지 못했던 많은 것들에 대해 알려주었다. 일반적인 역사책도 좋지만 이렇게 특정한 주제의 역사책을 읽는 것도 좋은 일이었다.

 

과거 움베르토 에코의 책을 읽었을 때 그의 현란한 음식 관련 문장들에 머리가 어질어질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움베르코의 그 책을 다시 한번 보았고, 이젠 끊임없이 이어지는 것 같던 어려운 음식 용어들이 더 이상 어렵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나에게 이런 시기가 올 줄은 그때만해도 미처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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