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관련 공사를 하려고 준비하다 보면 한 가지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 국내 업체들이 공사비 견적을 소비자에게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 인테리어 기업을 포함한 상당수의 국내 업체가 인테리어 시공에 들어가는 세세한 상품별 특징과 그 가격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공사별 특징 비교가 어렵고, 그만큼 선택이 어려워진다. 물론 작은 소품이나 개별 물건 하나씩이야---판매업체마다 다르게 이야기해주는---그 가격을 확인할 수는 있긴 하다. 그러나 큰 공사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선 세세하게 견적을 알려주려 하지 않는다. 한 업체에서는 "공사 중에 들어가는 제품은 어떤 걸 고르든 같은 가격이니 원하는 물건을 고르라"고 말한다. 즉, 물품마다 가격이 정해져 있어서 선택사항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전체 금액을 계약하고 나서 그 금액에 맞춰 물건을 고르는 형식이다. 그것도 정가라는 게 따로 없는 물건들을 말이다. 이 업체가 특이한 게 아니라 국내 대다수 업체가 이런 식으로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는 소비자가 제 가격을 주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더 큰 문제는 국내 업체가 인건비에 대해 함구한다는 점이다. 국내 인테리어 업체에서 견적서를 받아보면 상당수 업체가 물품 가격만을 알려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사실 그 가격은 인건비가 포함된 가격이다. 말로는 설치와 배송과 철거가 무료 서비스라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게 무료일 수가 없다. 어딘가에 어떤 식으로든 인건비가 포함됐을 텐데, 서비스란 이름으로 알려주지 않는 것이다. 일용직 근로자든 전문 기술자든 엄연히 노무비 단가 기준이 정해져 있고, 따라서 사람을 데려다 쓰려면 그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1,500만원 상당의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인건비가 무료라고 이야기한다. 여기에 바로 국내 제품이 외국의 비슷한 제품보다 단가가 높은 이유가 일부 숨겨져 있다. 작년에 국내에 들어온 이케아가 환영받고 이유는 분명하다. 품질이 좋은데도 국내보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 업체들은 그 외국 업체엔 설치비와 배송비가 빠져 있기 때문에 상품 가격이 싼 것이라고 주장한다. 너무나도 맞는 말이다. 국내 업체는 그 외국 기업의 모습을 비난할 게 아니라, 자신들 역시 인건비를 공사비, 상품 가격에서 분리하여 투명하게 소비자에게 알려줘야 한다. 국내 업체에 견적서를 요청하면 싱크대 길이당 기본 가격을 정한 뒤 '상부장은 얼마, 하부장은 얼마, 쿡탑은 얼마, 아일랜드 식탁은 얼마'하는 식으로 견적서를 보내준다. 어떤 디자인의 어떤 기능을 가진 어떤 모델명의 상품이 얼마인지를 전혀 알 수가 없다. 게다가 인건비와 경비는 알려주지도 않는다. 도대체 이런 견적서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런 상황에서는 각 직장에서의 최저 임금뿐만 아니라,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지불해야 할 정당한 임금이 제대로 지불되고 있는지 역시 의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스스로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지치게 되고, 결국 업체 요구대로 그냥 진행하거나 셀프로 하겠다고 나서게 된다. 이런 일이 인테리어 공사에만 국한되겠는가. 그러니 외국 기업이 국내에 들어와 경쟁하는 것을 선호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국내 업체들은 그제서야 좀 변해보겠다며 손가락을 까딱대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르겠다며 나서고 있지만 아직도 그 갈 길이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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