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이란 단어에 대한 혐오증은 이제 식품, 화장품을 비롯한 인체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것에 퍼져나간 상태다. 그리고 그와 비례하여 '천연'이란 단어에 대한 반사적 찬사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천연'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사람의 가공을 거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것을 말한다. 몇몇 회사와 사람들은 그것이 '화학'적 작업을 거치지 않은 '천연' 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물건을 제조하고 있다.
하지만 천연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인체에 안전한 것으로 치부하는 현상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천연 상태에서도 독성을 일으키는 것들이 얼마든지 많기 때문이며, 천연이라는 그 작업 과정을 거치면서 오히려 화학 제품보다 더 쉽게 오염되는 재료들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천일염은 바닷물에서 물을 증발시키는 천연 제조 방식으로 인기가 좋은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바닷속의 불순물과 오염물질도 그대로 포함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거기에 천일염의 제조방식에 따라 위생 문제가 더해지는데, 현재 우리나라 천일염 제조 염전의 상당수는 바닥에 PVC를 깔았기 때문에(이런 소금을 흔히 장판염이라고 한다) 환경 호르몬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으며 갯벌 자체의 위생도 문젯거리가 된다. 그런데도 가공염이나 정제염에 비해 '천연'이기 때문에 천일염이 몸에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 된다.
이 '천연'에 대한 무조건적인 환상은 제초제에도 이어진다. 이 천연 제초제라는 것들은 가정에서 흔히 이루어지는 민간 요법 비슷한 방식으로 많이 제조되는데, 문제는 이 천연 제초제들이 그 효과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도 '천연'이면 무조건 좋다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은 황산동을 이용하여 천연 제초제를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었다. 황산동은 분명 인체에 무해하며 일부 벌레와 식물에게는 독성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소량을 사용했을 때의 이야기다. 기준치 이상을 사용했을 시 황산동은 사람에게도 독성을 일으킨다. 그러나 그는 그 천연 제초제 제조 시 포함시켜야 하는 황산동의 적정 용량이나 텃밭에 뿌려도 되는 양의 상한선, 그 황산동이 토양이나 채소에 잔류할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없이 그저 '천연의 동'을 이용했기에 좋다는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주장은 천연 제초제의 유용한 예로 신문 기사에 실렸다.
자연에서 난 것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신비가 어지럽게 세상을 떠돈다.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현재의 우리가 미신의 시대가 아니라 과학의 시대에 살았다는 것에 선뜻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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