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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간의 산호 거래 시 문제점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5. 5. 6. 0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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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동호회에 들어가 보면 개인간의 산호 거래가 상당히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 역시 업체가 아니라 개인 판매자에게 산호를 구매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런 개인간의 산호 거래는 업체에서 구입할 때보다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개인이 판매하는 산호는 업체에서 파는 것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더 좋은 산호라는 인식이 퍼져 있는데, 이런 가정은 항상 옳다고 할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 판매자들은 업자들보다 전문적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따라서 산호의 상태를 좋게 유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 판매자들은 보통 사진 한두장만 올린 채 판매를 하기 때문에 업체 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을 하고 사는 것에 비해 상당히 제한된 정보를 가진 채 구매에 임해야 한다. 그 사진 또한 실제 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하게 찍은 것이 아니라 화질이 선명하지 못하거나, 너무 원거리에서 찍었거나, 블루 조명을 너무 과하게 넣은 상태의 사진인 경우가 상당하다. 판매하려는 산호 주변부만 찍기 때문에 수조 전체의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고, 따라서 그 산호에 어떤 잠재적 문제가 숨어 있을지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런 식으로 판매하는 사람의 경우, 구매자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 판매할 산호의 실물을 확인시킨 후 파는 것이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자신의 집 밖에서 만나기로 약속한 뒤 산호를 봉투에 넣어서 주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산호 상태를 미리 확인하기란 불가능하니 신뢰가 가는 개인 판매자가 아니라면 이런 방식의 구매는 피하는 것이 좋다.

 

개인 판매자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산호 전체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만 판매하는 것이라면, 그건 아무래도 판매자가 가지고 있는 산호 중 무언가 상대적으로 마음이 덜 가는 산호일 확률이 높다. 마음이 덜 가는 이유는 다양하다. 팁이 터지지 않거나, 팁의 간격이 촘촘하지 않거나, 모양이 밋밋하거나, 색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LPS의 경우 촉수가 너무 길게 뻗어나와 산호 배치를 어렵게 만든다거나, 말미잘의 경우 생김새가 처음과는 다르게 변해버렸거나 등등. 그런데 개인 판매자들은 그런 문제에 대해서 대체로 함구한다. 일단 판매를 해서 그 산호를 자신의 수조에서 빼내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밤이면 길게 스위퍼를 내밀어 다른 산호를 지지는 LPS는 다른 구매자에게도 똑같은 고민을 안길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개인 판매자는 그런 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것은 산호 자체가 원래 그런 것이지 하자의 문제라고는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며, 무엇보다도 그런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면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업체는 다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요점은 개인 판매자라고 해서 업체에 비해 모범적이라거나 양심적일 것이라고 속단해서는 결코 안 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도 있다. 자신의 산호가 지닌 어떤 잠재적 문제에 대해 함구하는 것으로 일을 끝내지 않고, 오히려 근거 없는 가정을 통해 거래를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자신의 수조는 물이 좋지 않아 레더가 피지 않지만 물이 좋은 곳으로 가면 아주 멋진 모습을 보여줄거라는 식이다. 하지만 그 말은 개인 판매자의 막연한 가정일 뿐이다. 무언가 문제가 생겨 대머리가 된 레더가 다른 수조로 가서 멋지게 될 확률보다는, 다른 수조에 가서도 그대로 계속 대머리를 유지할 확률이 아무래도 더 높다. 판매자의 말대로 언젠가는 정말 멋진 산호로 변모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가 과연 언제인가? 개인 판매자가 업체에 비해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산호가 다른 사람 수조에서 내내 대머리를 유지하다가 그대로 녹아버리거나, 해로운 균이나 벌레를 퍼트리는 숙주로 작용할 가능성을 생각해 보자. 그렇지 않으면 싼 맛에 들인 산호 때문에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게다가 산호의 가격이 업체에 비해 크게 저렴한 것도 아니다. 개인 판매자들은 자신의 손해를 최소화하려고 하기 때문에 보통 자신이 구입한 가격에서 10~2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할 뿐이다. 물론 그 산호에 쉽게 눈에 띄는 문제가 있다면 가격은 많이 내려간다. 하지만 그 가격은 '개인' 판매자라서가 아니라 하자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그렇게 되어야 할 가격이다.

 

심지어 업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산호도 많다. 이 경우는 위의 사례와는 조금 다른데, 이런 식으로 더 비싸게 판매하는 산호는 대체로 상태도 좋고 잠재적 문제 또한 없는 산호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레어라는 이유로 자신의 산호에 프리미엄을 붙인 뒤 업체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1.5배에서 심하게는 2배 이상되는 가격에 판매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때 이들은 그 산호가 매우 구하기 어렵다거나, 아주 멋진 발색을 보인다거나, 애지중지 키웠다거나 하는 단서를 단다. 그렇다 하더라도 거의 동일한 산호를 훨씬 비싼 가격에 되파는 행위는 투기의 의혹을 받을 만한다. 즉, 개인 판매자가 업체에 비해 이익을 추구하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걸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런 문제가 꼭 산호 거래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물고기도, 장비도 마찬가지이다. 개인 판매자는 자신의 물고기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식신이고 아주 잘 살고 있다며 홍보한다. 이 사람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물고기가 매우 공격적인 성향을 띠어서 다른 물고기와 합사가 거의 불가능하거나, 산호를 뜯어 먹거나, 발색이 처음보다 나빠졌거나, 매우 소심하여 거의 하루 종일 숨어 지낸다거나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을 가능성이 언제나 존재한다. 장비는 또 어떠한가. 모터의 소음 문제, 조명의 발열 문제, 수조 출수구 간격의 잘못된 설계로 정전 시 물넘침이 발생하거나 섬프의 격벽 배치가 불편한 문제 등등. 정상적으로 작동된다는 것만으로 만사가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단순히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아무 이상이 없다고 말하는 개인 판매자들이 정말 많다. 이런 개인 판매자들에게 당하는 사람들은 대개 초보자들이다. 초보자들은 판매자의 괜찮다는 말만 듣고 중고로 구입을 했다가 나중에서야 그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업체는 어떻게 얘기하면 환불이라도 받을 수 있지만, 개인 판매자에게 환불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에 속한다. 따라서 이 초보자들 중 일부는 그 장비나 생물을 마찬가지 방식으로 되팜으로써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돌변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간의 산호 거래에는 다양한 문제점이 산적해 있고, 각 동호회의 몇 안 되는 거래 조항으로는 그런 문제를 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개인이 파는 산호는 업체에 비해 무조건 좋고 저렴하다는 이상한 신비가 인터넷을 어지럽게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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