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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 시절의 결핍

생각이라는 말벌/2010년대

by solutus 2015. 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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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개인의 인성에 따라 대동소이한 차이가 있겠으나, 대개 사람은 자신이 갖고 싶었지만 갖지 못했던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자신의 유년 시절에 갖지 못했던 것에 대해. 재물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유년 시절 매우 가난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명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사람은 어렸을 때 자기 가족의 낮은 사회적 지위에 자주 놀림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마찬가지로 타인의 배려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람은 어렸을 때 보살핌을 많이 못 받고 자랐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향은 언어 표현의 사용에 있어서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구석이 있다. '귀엽다' 혹은 '예쁘다'라는 말을 병적으로 듣기 싫어하는 사람은 어린 시절 그런 말을 듣고 자란 적이 없을 확률이, 다시 말해 부모나 친구의 사랑을 받지 못했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유년 시절의 어떤 결핍으로 인한 자신의 상처를 성장하는 과정에서 치유하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결핍을 인자로 삼아 사회에 불필요한 갈등과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들 또한 있기 때문이다. '귀엽다'를 예로 들면, '귀엽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생기는 마음의 불안을 자신의 내부 결핍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은, '귀엽다'라는 단어 자체를 자신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을 억압하는 차별적 언어로 규정하는 일에 천착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이 단어를 여성의 심리와 행동을 은연중에 지배하는 폭력적 표현으로 강제하며, 종국에는 그 단어가 남성들에 의해 은밀하게 의도적으로 사용됐다는 언어 지배 이론을 끌고와 대결 구도를 성사시킨다. 비슷한 방식을 통해 남성이 여성을, 남성이 남성을, 그리고 여성이 여성을 공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런 편파적인 시각에서 나타나는 공격성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일이 필요하지만, 이미 분노를 표출하기 시작한 사람이 갑자기 그렇게 반성적이 되기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다. 유년 시절의 결핍에 따른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인정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오늘날 심리 치료에 의미가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문제가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우리 내부에 잠재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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