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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카프카 지음, 박환덕 옮김 (범우사 2001)

텍스트의 즐거움

by solutus 2014. 10.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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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성>을 읽기 전에도 난 이 책을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과거 이 책에 대한 정형화된 해설들을 많이 읽어버린 탓에, 난 이 소설을 읽기도 전에 이미 읽은 것처럼 느껴버린 것이었다. 그런 느낌을 떨치려고 노력하며 책을 잡았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이 책이 얼마 전에 읽은 <소송>과 닮아있다는 생각에(그런 생각이 자꾸 드는 것 역시 미리 읽어버린 해설 탓을 할 수 있지 않을까? 거의 모든 해설서들은 카프카의 <성>과 <소송>을 같은 선상에, 마치 비슷한 소설인 것처럼 놓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집중을 하기 어려웠다. 이 책이 <소송>과 같다면 어째서 이 책을 읽어야 한단 말인가? 그런데 실제로 이 두 소설은 닮아 있었다. <성>의 한 부분을 잘라서 <소송>에 집어 넣었어도 난 그것에 별다른 위화감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 기분이 해설의 영향인지, 아니면 내 개인적인 기분인지 알 수 없었다. 분명한 건 이 두꺼운 책을 단시일 내에 완독하리라 마음 먹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었다. 난 이 책 뒷부분에 달린 편집자와 역자의 후기를 읽은 뒤 책을 덮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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