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었던 소설 중 이렇게 신선하고 충격적인 것은 많지 않았다. 우선 내용이 아니라 서술 방식에서. 1925년에 나온 소설이 이렇게 신선하게 느껴질 수가 있다니! 이 소설은 다소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왜냐하면 등장인물들의 말과 행동에 일관성이나 논리가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각 장의 이야기와 이야기는 마치 끊어진 것처럼 분절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밤에 잠을 자며 꾸는 꿈의 내용과 같다. 꿈에서 막 깨어난 당시에는 그 꿈의 내용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하지만 그 내용을 곰곰히 되짚어보면 말이 안 되는 부분이 넘쳐남을 알 수 있는데, 이 소설 역시 그런 점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루 아침에 벌레로 변해버린 변신의 주인공처럼, 요제프 카 역시 이상한 방식으로 갑자기 체포된다. 알 수 없는 사람들의 느닷없는 방문, 갑작스럽게 '당신은 체포당한 겁니다'라고 말하는 방식, 카를 체포하러 온 자들이 하는 당황스러운 행동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황당함이 소설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즉 현실 자체에 비일관성과 부조리가 넘쳐나기 때문에 그를 반영하는 소설 역시 그럴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묻는 듯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서 나는 충격을 받은 셈이다. 이 소설은 수많은 상징으로 점철되어 있고 따라서 방대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신선하고 충격적인 구조에 이어, 그런 상상의 가능성은 우리에게 재미를 준다. 상상력이 풍부하면 풍부할수록 이 소설은 놀랍게 다가올 것이다. 그 이전에 읽었던 소설은 별것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대 소설에서 카프카가 왜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이 소설을 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