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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봉오리가 있는 식물의 분갈이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9. 25.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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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을을 틈타 식물들 분갈이를 했다. 분갈이에 좋은 계절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금호화훼마트에서 사 온 화분 몇 개와 대만고무나무(유통명은 가지마루), 다육 식물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화분은 과습 피해를 줄이기 위해 토분으로 준비했다. 장기적으로 플라스틱 화분, 특히 유약칠이 되어 있는 도기는 모두 토분으로 바꿀 생각이다. 아내는 테두리에 줄무늬가 있는 높이 23cm의 테라코타 화분을 골랐는데 가격이 만칠천 원으로 생각보다 저렴했다. 나는 가지마루를 옮겨 심고자 높이보다 폭이 더 넓은 토분을 골랐다.


아파트에서 기르는 식물은 뿌리부의 과습으로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화분 내부에서 기화 현상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바람도 불지 않는 데다가 흙의 사방이 화분의 플라스틱과 유약으로 막혀 있어 수분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것이다. 때로는 식물을 너무 큰 화분에 심는 바람에, 때로는 화분 표면에 장식용 돌을 가득 올려두는 바람에 과습이 더 심해진다. 이때 흙마저 배합토로 가득 채운다면 과습을 피할 길이 없다. 


아파트는 통풍과 환기에 취약하므로 분갈이를 할 때 흙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특히 선인장과 다육 식물은 과습에 더 취약하여 따로 분갈이용 흙을 팔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이번에 '다육식물 전용 분갈이 흙'이라는 걸 구매해서 써보았는데 내용물을 보니 다량의 세척 마사토에 피트모스를 섞고 그 외에 소량의 펄라이트 등을 혼합한 것이었다. 간단히 생각하면 마사토의 양을 늘려 통기성을 좋게 만든 흙이라 볼 수 있었다. 마침 세척 마사토와 분갈이용 흙, 펄라이트를 모두 따로 가지고 있어 분갈이 내내 적당량을 섞어 사용했다. 



2. 

원칙적으로 꽃눈이나 꽃봉오리가 있는 식물은 분갈이하지 않는 것이 좋다. 꽃봉오리가 있는 상태에서 분갈이하면 꽃이 피지 않거나 꽃봉오리가 떨어질 수 있으며 꽃이 피더라도 금세 질 수 있다. 하지만 분갈이를 해야 할 상황이라면 하는 것이 낫겠다. 


며칠 전에 데려온 흰꽃나도사프란은 이미 꽃이 피어 있었고 꽃봉오리도 몇 개 잡혀 있었다. 그런데 집으로 데려온 지 며칠 되지 않아 꽃과 꽃봉오리가 모두 시들기 시작했다. 난 올해 꽃을 더 보기는 틀렸다고 생각하여 분갈이해주었다. 그런데 분갈이를 해준 다음 날 바로 새 꽃봉오리에서 꽃이 피었다. 심지어 새로운 꽃봉오리도 생겨났다. 


분갈이에도 몸살을 앓지 않고 오히려 꽃을 피운 것은 흙을 칭칭 휘감고 있던 뿌리 덕분이기도 할 것이다. 분갈이하려고 흰꽃나도사프란을 뒤집어 살살 뽑아내자 흙을 몇 바퀴씩 휘감고 있는 뿌리가 드러났는데, 흙을 강하게 붙잡고 있는 이 뿌리 덕분에 떨어져 나가는 흙 없이 그대로 분갈이를 할 수 있었다.


즉 단순히 꽃눈의 유무를 따지기보다는 얼마나 피해 없이, 평소의 상태를 그대로 유지한 채 분갈이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같이 분갈이를 했던 귀면각은 화분에서 뺄 때 뿌리를 건드렸는지 약간의 몸살을 앓고 있다.


금호화훼마트의 화분. 다양한 토분들이 있었다. 2019. 9.25


분갈이할 화분과 작업 도구들. 2019. 9.24.


분갈이 다음날 건강하게 꽃을 피운 흰꽃나도사프란. 꽃눈이나 꽃봉오리 있는 식물은 분갈이해주지 않는 게 원칙이지만 꽃봉오리들 상태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아 분갈이해주었다. 흰꽃나도사프란은 오히려 분갈이 이후 꽃봉오리가 건강해졌으며 꽃까지 피웠다. 2019.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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