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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라의 갈라짐 문제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4. 21.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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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잘 된 것 같다. 적당히 부풀었고, 오븐에서 꺼낸 뒤 푹 꺼지지 않았으며, 내부에 불규칙적인 기공이 생성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카스텔라 윗면이 또 갈라지고 말았다. 아직 카스텔라 틀이 없으니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는 문제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갈라진 윗면은 '카스텔라'라는 이름에 썩 어울리지 않는다.


일차적으로 온도 설정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 카스텔라를 만들 때마다 180도에서 10분 구운 뒤 160도에서 20분을 굽고 있는데, 윗면이 너무 이른 시간에 노릇하게 구워지는 것 같다. 순서상으로 보면 카스텔라 내부의 공기가 충분히 달궈져 밖으로 빠져나간 이후에 갈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윗면이 구워지고 난 이후에야 내부의 공기가 달궈지는 것 같다. 그러니 뒤늦게 부풀어오른 공기가 이미 단단해진 윗면을 뚫고 나가면서 그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생각나는 해결책은 초기 온도 설정을 180도보다 낮추거나, 아니면 오븐 받침의 위치를 지금보다 아래쪽으로 내리는 것이다. 그러면 윗면의 반응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 같다. 윗면이 노릇하게 구워지기 전에 오븐에서 한 번 꺼내어 공기가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주는 방법도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 보기는 어렵다.


이렇게 카스텔라 윗면이 터지는 문제 때문에 카스텔라 아랫면의 유산지를 벗겨낸 후 그 부분이 위를 보도록 놔두기도 하는 것 같다. 그렇게 하면 갈라지고 터진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카스텔라의 정체성과도 같은, 그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는 최초의 윗면을 거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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