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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라 ㅡ 문제 해결, 새로운 숙제

나침반과 지도

by solutus 2019. 4. 26.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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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카스텔라 윗면이 갈라지고 터지는 문제 때문에 두 가지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번에 그중 한 가지 방법ㅡ오븐 내부의 틀을 밑으로 내리기ㅡ을 썼는데 기대한 대로 윗면이 터지거나 갈라지지 않았다. 문제 한 가지가 해결된 셈이다. 이제 신경 써야 할 또 다른 숙제는 윗면의 색상이다. 만들 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카스텔라보다 색이 진하게 나오고 있다. 해결책으로 오븐 온도는 기존대로 유지한 채 카스텔라 틀 위쪽에 두꺼운 무언가를 대는 방법을 염두에 두고 있다. 편백나무로 만든 두꺼운 카스테라 틀이 생기면 옆면의 색상도 지금보다는 연해질 것이다.


반죽은 이번보다 좀 더 단단하게 해도 좋을 듯한데, 휘핑기를 돌리다 보면 손가락이 아파서ㅡ작동 버튼을 손가락으로 내내 누르고 있어야 한다ㅡ적당한 순간에 타협하게 된다. 버튼을 누르고 있는 동안 다른 일을 하기도 어려우니 시간적으로도 손해다. 도구탓이라 할 수 있는데, 불편한 건 사실이다. 



2.

이런 마음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매우 어려워서 핀잔을 들을 가능성이 높다. "예전에는 반죽을 직접 손으로 돌려 만들었다, 행복한 줄 알아라" 같은 말을 듣지 않으면 다행 아닐까. 바깥일을 하는 사람은 집안일을 이해하지 못하고 집안일을 하는 사람은 바깥일을 이해하지 못하니, 서로 자기를 이해해 달라며 주장하다 다투기를 반복하는 것이 대개의, 특히 신혼 부부들이 처한 현실이다. 


이를 가족이라는 공동체나 그 사람 특유의 문제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인간은 타인의 가치를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고 그 경향은 모든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ㅡ놀랍게도ㅡ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 그 운명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상대방에게 이해를 구하는 것만으로는 삶의 복잡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이해는 이성과 논리와 설득이 아니라, 자신의 아주 오랜 헌신ㅡ진정 사랑이라 불릴 자격이 있는 헌신ㅡ의 결과물로 얻어질 때가 많다. 실로 그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오랜 경험을 쌓더라도 그 숙명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 자신이 실은 사랑받고 있었음을 한참 뒤에야 깨닫게 되는 것, 바로 거기에 삶의 애환이, 어떤 신비가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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