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서 차를 동쪽으로 몰다가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다리를 지나면 거제시에 들어서게 된다. 거제와 통영을 연결하는 다리는 모두 두 개다. 다리의 명칭을 두고 양쪽의 지자체가 힘겨루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통영과 거제를 연결하는 두 개의 다리엔 모두 '거제대교'라는 이름이 붙어 있어 뜻밖이었다. 새로 놓인 다리는 '거제-통영대교'라고 부를 법도 한데 통영시에서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신거제대교를 지나 동쪽으로 조금 더 차를 몰자 오른쪽으로 원형으로 된 커다란 조형물이 보였다. 그 옆에는 관광안내소도 있었다. 근처에 무엇이 있나 싶어 차를 잠시 세운 뒤 둘러 보았다. 오량마을이 있는 곳이었는데 아무리 살펴 봐도 관광지로 보이지는 않았다. 거제시의 초입이라 관광안내소를 마련해 둔 듯했다. 하지만 관광객이 들를 만한 위치는 아니었다. 하릴없이 마을을 돌아 보았다. 오량마을은 논밭으로 둘러싸인 한적하고 평범한 동네였다. 윗마을과 아랫마을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산쪽에 가까운 윗마을에는 전원주택처럼 보이는 건물도 몇 동 들어서 있었다.
통영에서 상당한 시간을 지체하였기에 차를 몰아 거제시의 동쪽 끝에 위치한 외포리까지 곧장 움직였다. 거제시 외포리의 소계마을은 거제시에서 제법 큰 항구에 속하는 외포항의 바로 아래쪽에 위치한 작은 어촌 마을이다. 작은 부두와 방파제가 있는 다른 어촌과 다를 바가 없어 보이지만 놀랍게도 해변이 있다. 면적이 넓지 않고 고운 모래가 펼쳐져 있는 것도 아니지만 해변이 있는 어촌이라 내 관심을 끌었다. 작은 어선들이 오가는 곳이라 해수욕을 즐기기엔 적당하지 않을 테지만 해변을 걸을 수는 있었다. 아스팔트 도로가 깔려 있는 항구에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난 마을 아래쪽에 차를 댄 뒤 마을의 제일 위쪽까지 걸어 올라갔다. 골목이 꽤 좁아 운전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 탓에 충돌 방지를 위한 패드가 마을 벽 곳곳에 부착되어 있었다. 어촌 마을이지만 넓은 텃밭을 활용하여 작물을 재배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특히 블루베리를 재배하는 곳이 많았다. 마을 제일 위쪽에는 자그마한 블루베리 농장이 있었다. '바다를 품은' 블루베리였다. 마을 위쪽에서 내려다보는 바다 풍경은 꽤 고요하고 적적했으며 또 아름다웠다.
이 마을에도 매물로 나온 주택들이 몇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은 없었다. 마당에서 바다가 보이지만 북향이나 서향이었으며 어떤 곳은 주차가 불가능했다.
소계마을을 빠져나와 작은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니 곧 대계마을이었다. 이 마을은 김영삼 전대통령의 생가와 기념관으로 유명한 마을이었지만 여기까지 둘러볼 시간이 없어 그대로 남쪽으로 움직였다.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니 커다란 팔각정자가 설치된 작은 공원이 나왔다. 정자에 앉아 섬과 바다를 감상할 수 있도록 조성한 곳이었다. 이곳엔 옥포해전에서 공을 세운 인물을 소개하는 안내판도 있었다. 옥포해전이 발발했던 거제시 옥포동은 그곳에서 조금 더 남쪽으로 내려가야 했지만 임진왜란 당시 조선 수군의 첫 승리라는 상징성을 감안하여 안내판을 널리 설치해둔 듯했다.
팔각정자에 서서 바다를 잠시 내려다 보다 다시 차를 몰았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이날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인 덕포동이었다.
오량마을의 한적한 전원주택. 거제시 오량리, 2019. 3.14.
소계마을의 작은 해변. 거제시 외포리, 2019. 3.14.
소계마을의 골목길. 도로 위로 수도 공사의 흔적이 보인다. 거제시 외포리, 2019. 3.14.
소계마을의 당산나무일까? 거제시 외포리, 2019. 3.14.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블루베리 농장. 거제시 외포리, 2019. 3.14.
소계마을의 풍경. 거제시 외포리, 2019. 3.14.
팔각정자에서 내려다 본 남해바다.거가대교가 놓여 있는 부산 가덕도도 보인다. 거제시 외포리, 2019. 3.14.
팔각정자. 거제시 외포리, 2019. 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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